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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푸틴 향해 “우린 특별한 관계 맺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오후(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의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다. 두 정상의 단독 양자회담은 처음이다. 회담은 두 정상이 모두 예정보다 늦게 대통령궁에 도착하는 바람에 70분 늦게 시작됐다. 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 러시아 정보기관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 등으로 수년간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첫 양자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다자 정상회의 기간 만난 적은 있지만 단독으로 회담을 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과 러시아 양국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2016년 미국 대선의 러시아 개입 의혹 등으로 수년간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솔직히 지금까지는 우리 관계가 그리 좋지 않았지만 우리는 앞으로 특별한 관계(extraordinary relationship)를 맺을 것”이라며 “세계는 우리가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핵무기의 90%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부터 군사, 미사일, 핵무기, 중국 문제까지 논의할 사안이 많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전화 통화와 국제 행사에서 만나는 등 정기적인 접촉을 해왔다”며 “이제 양국 관계와 세계의 여러 문제에 대해 자세히 얘기를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시리아 내전과 우크라이나 사태, 핵무기 감축, 러시아 정보기관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 북핵 문제 등 미·러 양국의 핵심 현안을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상회담은 오후 1시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70분 늦춰진 오후 2시10분쯤 시작됐다.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푸틴 대통령의 전용기가 늦게 도착했고, 시내 호텔에 있던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맞춰 출발 시간을 늦추면서 회담이 연기된 것이다. 결국 푸틴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분 늦게 회담장에 도착했다. 일각에선 두 정상 간 기싸움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두 정상은 기념 촬영에 이어 통역만 대동한 채 일대일 단독회담을 한 뒤 오찬을 겸한 확대회담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모국인 미국도 비난했다. 그는 트위터에 “몇년간 미국의 멍청함과 어리석음, 또 조작된 마녀사냥 때문에 러시아와의 관계가 이보다 더 나빴던 적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 트윗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헬싱키 미·러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 유럽 순방의 마지막 일정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오랜 동맹국인 유럽 국가들을 무차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냉전 시절부터 이어져오던 미국과 서유럽 국가 간 동맹 관계에 균열을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 국가를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폭탄’은 푸틴 대통령을 만나러 헬싱키로 떠나기 직전까지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방영된 미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는 적(foe)이 많다”면서 “EU는 무역에서 우리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적이 맞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도 어떤 측면에서는 적이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적이 분명하다”고도 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맞대면한 것만으로 이미 외교적 승리를 거뒀다는 시각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기도 전에 이미 오랫동안 원해 왔던 것을 이미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최근 수년간 국제사회의 제재로 사실상 고립상태에 빠져 있던 푸틴 대통령으로선 월드컵 개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직후 트럼프와 만나는 것 자체가 성공적이라는 취지다.

조성은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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