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주 내 유해 송환 가시화… 비핵화 협상 힘 받는다

대화하는 해리 해리스 신임 주한 미국대사
해리 해리스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를 방문,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북·미는 16일 판문점에서 영관급 실무회담을 열고 6·25전쟁 때 북한 지역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를 송환하기 위한 세부 절차를 협의했다. 양측은 전날 장성급 회담에서 이미 발굴한 유해 송환과 공동 발굴작업 재개에 합의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에선 유엔군사령부의 영관급 장교를 포함해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북한에선 같은 급의 인민군 장교가 나왔다”며 “북한이 이미 발굴한 유해를 언제 어떻게 송환할 것인지 세부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한국전쟁 당시 북한 지역에서 숨진 뒤 돌아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군 유해 5300구에 대한 수색과 현장 발굴작업을 재개하기로 북한과 합의했다”며 “실무회담에서는 이미 수습된 유해 송환을 포함한 다음 단계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열린 북·미 장성급 회담은 생산적이고 협조적이었으며 확고한 약속으로 귀결됐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미 CNN방송은 미 행정부 관리를 인용해 북·미가 미군 유해 200여구를 앞으로 2∼3주 안에 송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군 유해 송환은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군 유해는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오산 공군기지로 이송된 뒤 하와이의 중앙신원확인소에서 정밀검사를 받게 된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유해 송환의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7월 27일 오산기지에서 유해 송환식을 거행하는 방안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미국은 유해를 담을 나무상자 100여개를 지난달 말 판문점에 보낸 상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미군 유해 송환이 가시권에 들어가면서 비핵화 워킹그룹도 곧 가동될 전망이다. 비핵화 협상의 첫 쟁점은 종전선언이다. 북한은 정권수립 기념일인 9월 9일 전에 북·미 관계 개선과 체제안전 보장 분야에서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종전선언 시기를 앞당기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알렉스 웡 동아태 부차관보, 벤 퍼서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부차관보, 마크 램버트 한국 담당 부차관보 대행(한국 과장) 등 국무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워킹그룹을 꾸렸다. 북·미 정상회담 전부터 의제 조율 협상을 맡았던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수석대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맞춰 북한에선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대행 등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권지혜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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