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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배병우] 늪이 된 ‘최저임금 1만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이 두고두고 논란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4일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올해보다 10.9% 올린 8350원으로 결정했다. 노동계는 ‘2020년까지 시급 1만원’ 공약을 사실상 파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후보가 2020년 혹은 2022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었다.

최저임금 목표나 기준이 1만원이 된 이유가 뭔가. 전문가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결코 특별한 이유나 경제적 근거가 있어서가 아니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1만원을 들고 나온 것은 2015년부터다. 노동계가 그 전에 내세운 구호는 ‘최저임금, 중위임금(근로자 임금을 가장 높은 값부터 순서를 매겼을 때 한가운데 있는 수치)의 50%로’였다. 박근혜정부 말 최저임금이 그 수준에 근접하자 급조된 것이 1만원이었다. 최저임금 1만원이 구호가 된 것은 ‘암기하기 쉬워서’였다.

최저임금은 2000년 이후 연평균 8% 이상 꾸준히 올랐다. 그럼에도 최근 이처럼 핫이슈가 된 데는 이 제도의 목적이나 개념에 대한 오해가 한몫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최저임금을 잔업을 하지 않고도 생활이 가능한 임금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시급 1만원도 뭐가 많으냐고 한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생활임금이 아니다. 노동의 가격인 임금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게 원칙이다. 예외적으로 저숙련 노동자에 한해 정부가 일정 수준의 임금 이상을 주도록 기업주에게 강제하는 제도가 최저임금제다. 임금을 지급하는 주체가 기업이라는 점에서 복지제도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학자들의 실증결과는 엇갈린다. 하지만 학계가 동의하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최저임금을 ‘완만하게(modest)’ 올려야 부정적 효과가 최소화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최저임금이 근로자 중위임금의 50%를 넘으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인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를 상쇄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은 두 가지 모두 어겼다. 최저임금은 2년 새 29.1%나 올랐다. 내년에 근로자 중위임금(1만3387원) 대비 최저임금의 비율은 56.2%에서 62.3%로 뛰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최상위다. 내년 최저임금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불복종’ 움직임을 차치하더라도 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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