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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들쑤신 트럼프표 ‘분란 외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교외의 윈저성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보다 앞서 걸으며 의장대 사열을 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여왕에게 등을 보이지 않는 게 관례여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 행동은 결례라는 지적을 받았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버킹엄셔의 총리 지방관저에서 미·영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교외에 있는 윈저성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10분 이상 기다리게 하고 걸음을 막아서 결례 논란을 빚었다.

올해 92세의 여왕이 당시 땡볕 아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리는 장면이 방송 화면에 그대로 담겼다. 여왕은 영상 속에서 의장대 앞에 혼자 서 있다가 사람을 불러 무언가를 묻기도 하고 소매를 걷어 시계를 확인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내외는 10분 이상 늦게 도착했다. 이 영상이 공개되자 영국 여론은 분노로 들끓었다.

의장대 사열에서도 무례한 행동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열하면서도 여왕의 걸음을 막아섰다. 여왕 앞에서는 등을 보이면 안 된다는 관례를 어긴 것이다. 여왕에게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악수를 건넨 장면도 문제가 됐다. 영국에서는 남성 왕족과 악수할 때는 허리를 숙이고 여성 왕족과 악수할 때는 무릎을 굽혀야 한다.

미국 정상이 여왕에게 결례를 한 적은 또 있다. 2007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여왕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윙크를 해 구설에 올랐고,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셸은 버킹엄궁 방문 당시 여왕을 한쪽 팔로 껴안았다. 여왕과 물리적 접촉을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영국 대중지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 협상에 대해 “미국은 영국 대신 유럽연합(EU)과 협상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미국과 영국 간의 무역 협상은 아마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터뷰는 영국 정부에 대한 내정간섭으로 비칠 수 있는 무례한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영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이 발언을 부인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무대에서 협상 파트너를 비판하고 모욕하는 협상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코틀랜드 방문 당시 트럼프 턴베리 리조트에서 골프를 친 것을 놓고도 뒷말이 나온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년째 적자 상태인 이 리조트를 홍보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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