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태용] 서울국제실험영화제



어느 순간부터 영화제들이 여러 지역에 생기면서 하나의 연례행사 혹은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지자체의 지원과 지역 홍보를 위해 갑자기 생겼다가 사라지는 영화제도 있어, 영화라는 본질이 실종된 씁쓸한 영화 밖 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많은 영화제 중에서 매년 빼놓지 않고 가거나 작품 리스트를 주목하는 영화제가 있는데 서울국제실험영화제(EXiS2018)가 그렇다. 얼마 전 개막돼 진행 중인 서울국제실험영화제는 그 이름처럼 1년에 한 번 다양한 나라의 실험 영화들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다. 역사적인 전위 영화나 실험적 영상들을 필름으로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이자 미술관에 많이 설치된 비디오 아트와 무빙 이미지 작품들을 집중해 볼 수 있기도 하다. 퍼포먼스와 강연회 등으로 지금까지 알고 있던 영화에 대한 인식과 감각을 바꾸고, 영화의 영역을 안과 밖으로 넓히는 장을 만들고도 있다.

여전히 실험이란 말에 낯설어하거나 거부감을 일으키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안다. 예술의 가치를 관객의 선호도와 이윤 창출로 판단하는 풍토에서 15년째 영화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몇 사람의 노력으로 가능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것 자체도 실험정신의 승리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매년 영화제 리스트를 보면 동시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영상 이미지에 대한 사유와 즐거움이 반영된 작품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로 세계를 읽고 인간의 정신 영역을 확장하고 타자의 감각과 조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실천되고 있다.

다른 생각에 대한 폭력적인 거부와 질타로 우리의 삶은 오랫동안 균열이 일어났고, 지금도 그렇다. 그것은 어쩌면 실험정신에 대한 부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험을 하기 위해 선행돼야 하는 것은 객관적 데이터 수집과 다양한 견해를 수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표현 방식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실험은 고립된 세계에 갇히는 것이 아닌 지상의 빛을 받아 더 아름답게 굴절시켜 자연과 인간에게 되돌려주는 행위다.

김태용(소설가·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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