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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나토 방위비 안늘리면 美 단독 행동”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유럽 정상들이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생캉트네르 공원에서 기념촬영하던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맨 오른쪽)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왼쪽 앞줄부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트럼프 대통령. 뒷줄 왼쪽부터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안토니오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 AP뉴시스


벨기에 브뤼셀에서 11∼12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선 유럽 회원국을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방비 증액 압박이 끈질기게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들에 국가별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로 증액하자는 기존 합의에서 더 나아가 GDP의 4%까지 올려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정상회의 폐막 뒤 기자회견에서 “나토 회원국들은 국방비를 GDP의 2%로 올리자는 데 동의했다. 일부 국가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목표는 GDP의 4% 지출”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째 회의에서도 나토 회원국들을 계속 압박했다. 국방비를 증액하지 않으면 미국은 국방 문제에서 단독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 의제는 대테러 전쟁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등 초청국 정상들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요구한 뒤 회원국 정상들에게 국방비 증액을 거듭 요구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는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할 수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나토에서 탈퇴할 수도 있지만,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다”며 “그들(나토 회원국)은 오늘 진전을 보여줬다”고 답했다.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결국 나토에 국가별 증액 계획을 제출하기로 했다. 증액 목표는 2014년 합의한 대로 ‘2024년까지 GDP의 2%’를 유지했다. 현재 국방비를 GDP의 2% 이상 지출하는 회원국은 미국(3.6%)과 영국(2.1%) 에스토니아(2.14%) 그리스(2.2%) 폴란드(2%) 5개국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전에 “독일은 러시아 포로”라고 맹비난했지만 정작 회담 석상에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애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난 뒤 “우리는 메르켈 총리와 매우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메르켈 총리도 “우리는 좋은 파트너다. 미래에도 계속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나토 정상들은 또 2014년에 합의한 군사준비태세(NRI·NATO Readiness Initiative)를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군사적 수요가 발생할 경우 30개 대대와 30척 함선, 30대 전투기를 30일 안에 동원할 수 있게 준비태세를 갖추자는 내용이다.

나토 정상들은 아울러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또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포괄적 세이프가드 협정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외교장관들은 오는 16일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한반도 CVID 이행과 남북 대화를 지지할 계획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의가 끝난 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군축문제를 의제에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택현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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