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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000억 달러 추가 관세 폭탄… 中 “반드시 반격할 것”

한 남성이 11일(현지시간) 홍콩 증권거래소 앞에서 항셍지수 하락을 나타내는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이날 아시아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일제히 하락했다. AP뉴시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10일(현지시간) 중국 수입품 2000억 달러(약 224조원)어치에 대해 관세 10%를 부과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 6일 발표한 고관세(25%) 부과대상 500억 달러어치를 합치면 관세부과 대상 중국산 수입품은 2500억 달러(약 280조원)어치로 불어난다. 이는 중국의 대미 수출(5050억 달러)의 절반이다. 리청강 중국 상무부 부장조리는 미국을 “고삐 풀린 망아지”로 비유하며 추가 보복을 예고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USTR 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중국이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권과 기술을 침해하는 관행을 중단하기는커녕 오히려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며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로 2000억 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관세 10%를 부과하는 절차를 개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200쪽 분량의 리스트에 오른 10% 관세 부과 대상 품목은 6031개다. TV, 카메라, 핸드백, 가구, 의류 등 생활소비재가 대거 망라됐고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군사 장비 등 첨단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도 포함됐다. 미국이 자국 소비자들과 기업들이 입을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무차별 공세에 나선 것이다.

다만 이들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8월 20∼23일 공청회 등 절차를 거쳐 9월 중 발효될 전망이다. 앞서 500억 달러어치 중 340억 달러어치에 대해서는 6일자로 25% 고관세가 발효됐고, 나머지 160억 달러어치는 이달 말까지 부과절차가 완료된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에 관여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타협의 여지를 뒀다. 아직 예정된 미·중 간 협상 스케줄은 없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11일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놓고 “중국은 미국의 행보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국가의 핵심이익 수호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보복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중국은 반드시 필요한 반격을 할 것”이라며 “이성을 잃은 미국의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 모두를 해치고 인심을 얻지 못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다만 지난해 미국산 수입품이 1350억 달러(약 151조원)어치에 불과해 추가 보복관세 규모를 미국과 똑같이 2000억 달러로 맞추기는 어렵다. 따라서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에 대한 조사를 예고 없이 강화하거나 금융 결제 심사를 늦추는 등 비관세 분야에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무역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과시하고 중국과 연대하려는 독일 등 유럽국가들을 겨냥한 메시지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풀이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9일 베를린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만나 세계무역기구(WTO) 질서와 다자주의를 존중하기로 합의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유럽연합(EU)은 미국의 농부들과 노동자들, 기업들이 유럽에서 사업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며 “미국의 대EU 무역적자는 1510억 달러(약 169조원)”라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브뤼셀에 가서도 트위터에 “다른 나라들의 무역 장벽과 관세는 우리의 사업을 파괴하고 있다”며 나는 농부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 우리는 이길 것!”이라고 적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이택현 기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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