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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동굴 기적’


“구조돼서 기뻐요. 집에 가고 싶어요.”

태국 치앙라이주 탐 루앙 동굴에서 17일 만에 13명 전원이 살아 돌아온 유소년 축구팀이 가족과의 첫 통화에서 한 말이다. 소년들은 병원 유리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그토록 그리던 가족의 얼굴도 봤다. 병원 침실에 누워 환자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족들에게 손을 흔드는 소년들의 모습도 11일 영상으로 짧게 공개됐다. 태국 보건 당국은 11일 “소년들 몸무게가 평균 2㎏ 줄었지만 건강은 대체로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구조된 소년들은 장시간 잠수가 동반된 탈출에 앞서 진정제(항불안제)를 먹었다고 한다. 쁘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는 “소년들에게 제공한 것은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도와주는 불안 완화제였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전문가를 인용, 동굴 내 잠수는 매우 위험해 미군도 훈련할 때는 진정제를 먹는다고 전했다.

기적의 뒤에는 묵묵히 구조작업을 도운 영웅들이 있었다. 호주 출신의 마취과 의사인 리처드 해리스는 영국 잠수 전문가들의 요청을 받고 동굴 내부로 들어가 일주일 가까이 머물면서 소년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탈출 순서를 정하는 등 구조작업에 큰 도움을 줬다.

일면식도 없는 소년들을 구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던 다국적 구조팀도 있다. 영국인 동굴 탐험가 리처드 스탠턴과 존 볼랜던은 지난 2일 동굴에서 소년들을 처음 발견했다. 벨기에 출신의 벤 레이미너스와 덴마크인 클라우스 라스무센은 푸껫의 다이빙업체 ‘블루 라벨 다이빙’에서 강사로 일하다 구조에 동참했다.

생업까지 접고 한걸음에 달려와 자원봉사를 한 이도 있었다. 농장에 물을 대는 사업을 하는 한 남성은 동굴 안에 18m 길이의 파이프를 연결하고 열흘 넘게 배수펌프로 물을 퍼냈다. 그는 “아이들을 도와서 기쁘다”며 조용히 구조현장을 떠났다.

동굴 내부 구조작업 중 산소 부족으로 숨진 태국 해군 특수부대 출신 사만 푸난의 아내는 남편을 향한 그리움을 전했다. 그는 SNS에 남편과 다정하게 포옹하는 사진을 올리고 “마치 내 심장인 것처럼 사랑하는 당신”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제 잠에서 깼을 때 누가 키스해주지요? 시간을 되돌렸으면 좋겠어요”라며 비통한 마음을 드러냈다.

전원 구조 소식을 들은 세계 곳곳에서는 축하 메시지를 쏟아냈다.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용감한 소년들과 헌신적인 코치, 세계에서 달려온 구조대원들이 함께 만들어낸 기적”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국가의 역할을 보았다”고 썼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구조에 힘쓴 용감한 분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프랑스 축구선수 폴 포그바는 러시아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벨기에를 꺾은 뒤 소년들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 “오늘 승리를 태국 영웅들에게 바친다”고 썼다. 구조작업을 지휘한 나롱삭 오소탕나콘 전 치앙라이 주지사는 “우리가 해낸 건 미션 임파서블이었다”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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