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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컷] 오른쪽 앞발 잃고 가족도 잃었지만…



저 사진 속 귀여운 강아지의 이름은 ‘달리’다. 온라인에서 ‘달숙언니’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견주 이지은씨는 언제나 씩씩하게 달리라는 의미에서 강아지 이름을 ‘달리’로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달리의 모습이 조금 특이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달리는 어릴 때 불의의 사고로 오른쪽 앞발을 잃었다. 원래 달리의 주인이었던 한 신혼부부는 파양을 결정했고, 결국 달리는 발도 잃고 가족도 잃은 신세가 됐다.

이씨가 딱한 처지에 놓인 달리를 동물병원에서 처음 만난 건 2013년 2월이었다. 그는 고민 끝에 달리를 입양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건이 잇달아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씨는 어느 날 SNS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 속 달리는 주인이 먹는 김치전을 한 점도 얻어먹지 못하자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는데, 이 사진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TV에 소개될 정도였다. 달리는 인천국제공항 명예 홍보대사가 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공익광고에도 출연했다. 현재 달리의 일상을 전하는 SNS 팔로어 수는 50만명에 달한다.

‘달려라, 달리!’에는 이씨가 달리와 보낸 지난 5년의 시간이 담겨 있다. 요즘 서점가엔 반려동물을 다룬 에세이가 넘치지만, 이 책은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씨는 달리와 제주도 여행을 떠났을 때를 추억하며 이렇게 적었다. “눈을 감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햇살과 바람을 느끼며 걷다가 문득 내게 안겨 있는 달리를 바라봤더니 달리도 좀 전의 나와 똑같은 표정을 하고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그 순간이 왜 그리 찡하던지 눈물이 왈칵 나와 버렸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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