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악마의 편집’을 편집했네… 매운맛 지우고 순한 맛 듬뿍



매운맛에 질렸는지 순한 맛으로 돌아왔다. 맥락을 자르고 자극적인 장면을 내보내 ‘악마의 편집’이란 소리를 듣던 전작에 비해 ‘프로듀스48’(엠넷·위 사진)은 한·일 아이돌 연습생이 서로 염려하고 보듬는 모습을 담았다. 나영석 PD의 신작 ‘꽃보다 할배 리턴즈’(tvN·아래 사진)도 전작보다 더욱 여유로운 여행을 보여줬다. 악의적인 편집을 짚어내는 시청자의 안목이 높아진 데다 억지로 만들어낸 갈등이 불편하다는 평가를 반영한 모양새다.

가장 많이 달라진 건 프로듀스48이다. 지난 6일 방송에서 퍼포먼스 센터를 맡은 연습생 이와타테 사호가 안무 평가를 낮게 받자 연습생끼리 뭉쳐 ‘슈퍼센터 만들기’에 나섰다. 리더를 맡은 연습생 조영인은 포인트 안무를 직접 봐줬고, 연습생 고토 모에는 일본 스케줄 중에 메신저로 자신이 춤추는 영상을 보냈다. 공연에 앞서 함께 연습하고 소통하는 모습이 주로 비쳤다. 반면 전작 ‘프로듀스101 시즌2’는 연습생들이 센터와 보컬 자리를 두고 갈등하는 모습으로 편집돼 ‘착하면 통편집, 주장하면 악마의 편집’이란 평가가 뒤따랐다.

꽃할배도 더 순해졌다. 여행 일정을 두고 티격태격하는 장면 대신 ‘독일 베를린’이라는 여행지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작에서는 무릎이 아파 걸음이 느린 백일섭이 걸음이 빠른 이순재에게 서운해하는 모습이 방송을 탔지만 이번에는 완숙한 웃음이 대신했다. 백일섭은 일행이 자신보다 빠르게 앞서가도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 “여행이 그럴 수도 있지. 재미있다고. 나 안 가면 (돌아)오겠지 뭐.” 다음 일정에 자신이 뒤처질 것 같아지자 자전거 투어를 신청해 여행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나영석 PD는 꽃할배를 일부러 담담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제작발표회에서 “어쩌면 좀 밋밋하겠지만 어르신들 여행하는 걸 담백하게 찍어냈다”며 “예능 프로그램에 긴장감이 떨어졌을 때 긴장감을 넣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꾹 참았다”고 말했다.

자극적인 편집보다 담담한 시선이 주목받는 이유로는 과거보다 예민해진 사회적 감수성이 꼽힌다.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성폭력뿐만 아니라 각종 배제, 차별, 혐오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활발해지면서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방송 편집을 용인하지 않게 됐다. 높아진 시청자의 눈도 영향을 미쳤다. 화면에 잡힌 시계, 옷, 인물 등을 포착해 시간 순서를 뒤바꾼 편집이나 가짜 환호성을 잡아내게 된 것이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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