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밝은 미래, 美가 가져다주지 않을 것” 김영철, 北 뒤에 中 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밝은 미래는 결코 미국이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 발언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는 미국과의 협상용인 동시에 북한 내부 체제 결속용 의도를 가진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회담이 막 시작된 뒤 미국 기자들이 회의실에 잠시 머물던 때에 작심하고 해당 발언을 했다. 미국 기자들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들으라고 일부러 준비해왔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 이 발언은 북한이 중국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은 상황에서 미국과 굴욕적인 비핵화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8일 “경제우선 정책을 채택한 북한 입장에서는 북한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은 대북 제재 해제일 것”이라며 “하지만 제재 해제에 소극적인 미국의 태도에 비춰볼 때 결국은 미국보다 중국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불만의 표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의 경제 지원 없이도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자신감이 있고, 북한의 미래는 북한 스스로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김 부위원장의 발언이 ‘비핵화는 북한이 자주적으로 결단·실행한 것’이라는 대내용 메시지라는 분석도 있다. 비핵화 선언이 마치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보상을 얻기 위한 것처럼 비치는 것을 막기 위한 체제 결속용 메시지라는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그동안 핵무력 완성단계라고 밝혀오다가 갑자기 비핵화를 선언하면서 북한 내부에서 비핵화에 대한 의구심이 있을 수도 있다”며 “미국의 일방적인 비핵화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굴욕적 협상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고조된 미·중 무역 갈등이 이번 북·미 회담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고위급 회담에서 구체적 성과가 나오지 않음으로써 무역전쟁으로 흔들리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더욱 궁지로 몰리게 됐고, 이는 결과적으로 북한이 중국을 도와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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