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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칸타타] “올 한반도 화해 분위기는 주님이 주신 기회”

북한 흥남이 고향이라고 밝힌 한영수 한국YWCA연합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명동길 연합회관에서 최근 북한을 방문한 소회를 설명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한 회장 뒤쪽 벽에 역대 회장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남북이 통일하려면 이익을 생각해선 안 됩니다. 성경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기록돼 있죠. 북측에 도와줬다고 알리며 자랑해선 안 됩니다. 올해 한반도의 화해 분위기는 기적이고 하나님이 주신 기회입니다.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합니다.”

한영수(68) 한국YWCA연합회장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명동길 한국YWCA연합회관에서 가진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하며 평화 및 통일운동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회장은 지난달 20∼23일 평양에서 진행된 ‘6·15 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 남북 해외 위원장회의’에 참석했다. 만 9년 만에 남북 민간단체들이 노동 농민 청년학생 여성 민족 종교 등 분야별 교류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 자리였다. 15명의 남쪽 대표단 가운데 유일한 기독여성단체 대표로 참여했다.

함경도 흥남에서 태어난 그는 이번에 평양을 방문했지만 마치 고향에 온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전쟁 때 부모님과 작은아버지, 외삼촌과 미군 LSD(상륙용주정모함)를 타고 거제도에 내려왔다. 이후 부산을 거쳐 서울에 정착했지만 부모님이 늘 고향과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실향민 가족이기 때문에 통일운동을 대하는 자세가 다른 것 같아요. 출생 후 두 달 만에 북에서 내려왔기에 부모님은 제가 어느 정도 자라면 북한에 올라가리라 생각하셨어요. 전쟁통에 어머니가 잘 드시지 못해서 그 영향으로 제가 돌 때 잘 못 걸었죠. (북한이 어려울 때) 비참하게 도움받도록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존심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대가 없이 사랑을 전한 선한 사마리아인처럼요.”

그는 수십 년의 세월이 며칠처럼 순식간에 지나갔다고 회고했다. 이화여대 재학 시절부터 시작한 30여년의 한국Y 활동과 후학 양성을 위한 대학 강의, 엄마로서 세 딸을 키운 육아 생활 등 매일 잠자는 시간을 줄이며 1인 다역을 감당했다.

그는 이화여대에서 과학교육을 전공한 뒤 동대학원에서 유전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생명과학 등을 강단에서 가르치고 있다. 57세에 뇌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것은 그의 특별한 이력이다.

“독일에서 박사 과정 중에 셋째 딸을 낳았어요. 도저히 세 딸을 키우며 공부할 수 없어서 포기하고 들어왔죠. 강단에 서기 위해선 매일 치열하게 공부하며 준비해야 했어요. 딸들을 모두 재운 밤부터 저의 본격적인 공부 시간이 시작됐죠. 다행히 시어머니께서 공부할 수 있도록 딸들을 10년 이상 키워주셨고요. 그 희생이 아니면 지금의 제가 없기에 저도 손주들을 열심히 봐주며 딸들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자녀 양육 때문에 박사 학위를 포기한 그는 50대 이후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지인이 뇌과학 공부를 권유했는데 할 만해 보였다. 매일 새벽까지 강의 준비를 위해 공부한 내공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모두 대학에 진학하고 등록금이 더 안 들어가겠다고 생각한 그때 제가 다시 공부하게 된 거죠(웃음). 인생의 모든 순간 하나님이 안 계셨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한 회장은 매일 새벽에 일어나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자신이 묵상한 성경 구절과 기도문을 200여명에게 카카오톡으로 공유한다.

“기도문을 보내면서 다른 사람을 위한 중보기도가 되는 것 같아요. 혼자선 세상의 어떤 일도 할 수 없죠. 받는 분들이 저의 카카오톡을 기다리고 또 그분들이 공유하면서 말씀이 재생산되고 있어요. 이것도 저의 미션이라고 생각해요.”

한 회장에게 신앙인으로서의 비전을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한국Y의 캐치프레이즈인 ‘세상을 살리는 여성’이었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한국YWCA연합회에서 보냈습니다. 저에겐 특별한 공동체지요. 하나님이 마음을 주시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활동이었습니다. 사회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이뤄지도록 청지기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 아닐까요.”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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