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도 못하면서 낭만?… TV예능, 시골이 우스워?




케이블채널 올리브 ‘섬총사2’의 한 장면이다. 개그맨 이수근이 외딴섬에서 노부부의 집을 둘러보다가 외쳤다. “커피포트도 있어요, 어머님?” 할머니가 뭉근한 말투로 대꾸한다. “왜 사람을 무시해요!” tvN의 ‘풀 뜯어먹는 소리’(이하 ‘풀뜯소’)에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개그맨 정형돈이 시골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한다. “진짜 아무것도 없대.” 배우 송하윤이 덧붙인다. “슈퍼도 없대요.” 두 프로그램은 시골살이를 콘셉트로 지난주에 시작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예능 프로그램이 시골을 그려내는 방식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79년 산간 오지까지 전신주를 심어 전기 보급률 98%를 달성한 나라에서, 섬총사는 전기주전자를 보고 놀라는 연예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인터넷 쇼핑과 택배가 일상화돼 도시에서조차 마트가 문 닫는 상황에서 풀뜯소 출연자는 슈퍼마켓이 없다고 시골을 텅 빈 공간으로 그려냈다. 마을이 있고 사람이 살고 사방에 논과 밭이 있어도 도시인에게 그 모든 것은 ‘없다’로 표현됐다.

이들 프로그램은 시골을 문명이 결핍된 ‘야생’ 혹은 이상화된 ‘고향’으로 그리며 대상화했다. 섬총사에서 강호동은 바다에 면한 숲길을 걸으며 “야생에 올 땐 의상이 중요해”라고 말했다. 낯선 할머니를 마주칠 땐 “어머님!”하고 소리쳤다. 이 프로그램은 기획의도를 “현지 주민처럼(Like a local)”이라고 밝혔지만 시골을 바라보는 관점은 철저히 도시적이었다. 야생이거나 고향이거나. 이수근은 jtbc ‘아는형님’에서 강호동이 섬총사 촬영장에 갈 때 한 농담을 소개했다. “토크몬(강호동의 전작)이 잘됐으면 배 탈 일이 없었을 건데…” 이들에게 시골은 잘 됐으면 갈 일 없는 곳이었다.

시골을 대상화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문제로 지적되는 이유는 시골 사람들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은폐한다는 데 있다. 풀뜯소는 기획의도를 “초록빛 자연에서 한 박자 쉬어가자”라고 밝혔다. 1화 에피소드 제목은 “돈만 많으면 뭐 해요 행복해야지”이다. 시골을 돈 없어도 행복한 휴식의 공간으로 그렸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풀뜯소에 출연하는 진짜 농부 한태웅(15)군은 연예인 출연자에게 끊임없이 농사일을 시켰다. 급기야 정형돈은 “시골에선 왜 안 쉬어요?”라고 웃으며 투덜댔다. 한군은 염소를 귀여워하는 연예인에게 덤덤히 “염소 값이 하락해서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시골 역시 돈이 필요한 노동의 공간이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시골을 다루는 시선이 ‘재미없다’는 것도 문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시골에 가서 늘 하는 클리셰(상투적인 이야기)를 계속 보여주면 ‘비슷한 거 너무 많은 거 아냐?’ 이런 느낌이 들 수 있다”며 “새로운 관점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달 종영한 MBC에브리원 ‘시골경찰3-울릉도 편’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출연자들은 파출소에서 근무하며 실종된 관광객을 찾았고, 불법 산나물 채취 현장을 단속했다. 낙석으로 망가진 도로를 둘러보기도 했다. 현실에서 재미를 찾은 것이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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