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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 갇힌 태국 소년축구팀, 탈출 위해 잠수훈련 받는다

태국 치앙라이주 탐 루앙 동굴에 들어갔다가 폭우로 고립됐던 유소년 축구팀 선수들과 코치 등 13명이 2일(현지시간) 열흘 만에 영국 동굴 탐사 전문가에게 처음 발견된 모습. 태국 해군 특수부대가 3일 공개한 영상 속에서 아이들은 다소 말랐지만 건강에는 이상이 없어 보인다. 태국 해군 특수부대 페이스북 캡처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州)의 총연장 10㎞인 탐 루앙 동굴에 들어갔다가 실종됐던 유소년 축구팀 선수들과 코치 13명이 열흘 만에 생존이 확인됐다. 하지만 동굴 내부가 물로 가득 차 있는 데다 비가 계속 내리는 우기여서 소년들을 구조하려면 최대 몇 달이 더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태국 정부는 소년들에게 잠수 훈련을 시키기로 하는 등 구조 계획을 발표했다.

나롱삭 오소타나콘 치앙라이 주지사는 2일 밤(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실종됐던 11∼16세 소년 12명과 20대 코치 모두 13명이 무사한 상태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태국 해군 특수부대가 3일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아이들은 다소 마르고 목소리에 힘이 없었지만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영상 속에서 영국 동굴 탐사 전문가가 물속에서 나오면서 손전등으로 아이들을 비추자 한 아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감사합니다(Thank you)”라고 외쳤다. 다른 아이들도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아이들은 현재 몇 명이냐는 질문에 “우린 13명”이라고 답했고, 실종자 전원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영국 전문가는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이어 배가 고프다는 아이들에게 영국 전문가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 이제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 아이들이 “오늘이 무슨 요일이냐?”고 묻자 영국 전문가는 “월요일이다. 여러분은 여기에 열흘 동안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영상을 본 실종자 가족들은 환성과 눈물을 쏟아냈다. 한 아이의 엄마는 “오늘이 내 인생 최고의 날이다. 아들을 기다렸지만 생존 확률이 반반이라고 생각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오소타나콘 주지사는 “소년들이 부모와 통화할 수 있도록 동굴 안에 전력을 연결하고 전화선을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년들을 당장 동굴 밖으로 데려나오기는 어렵다. 이들은 동굴 안에서 가장 큰 공간인 ‘파타야 비치’보다 좀 더 위쪽에서 발견됐는데, 동굴 입구로부터 무려 5∼6㎞ 떨어진 곳이다. 걸어서도 몇 시간 걸리는 거리지만 최근 우기가 시작돼 비가 많이 오면서 동굴 내부에 물이 가득 차 있어 잠수를 하지 않으면 빠져나올 수 없다. 잠수 전문가조차 동굴 입구부터 여러 시간을 잠수해야 하는 거리인데, 잠수 경험이 없는 소년들이 흙탕물 속에서 잠수하면서 좁게 꺾인 통로와 암석 사이를 지나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이다. 이들이 잠수하지 않고 걸어서 나오려면 우기가 끝나는 9∼10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태국 정부는 서둘러 구조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아누퐁 파오진다 내무부 장관은 “다시 비가 오기 전에 구조해야 한다. 동굴 내 수위가 높아지면 임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 계획에는 소년들의 잠수 훈련도 포함됐다. 정부는 의사가 포함된 구조대원을 다시 동굴로 들여보내 아이들을 진료한 뒤 고열량의 젤리와 해열제, 진통제를 전달했다.

치앙라이 축구클럽 유소년팀 소속 13명은 지난달 23일 오후 훈련을 마치고 관광차 탐 루앙 동굴에 들어갔다가 폭우로 물이 불어나면서 실종됐다. 이튿날 동굴 밖에서 이들의 물건으로 추정되는 축구화, 가방 등이 발견된 후 태국 해군 특수부대 등 군인 600여명이 수색에 들어갔다. 이어 미군 해군 구조대, 영국 동굴탐사 전문가 3명, 중국 필리핀 미얀마 라오스 구조대까지 1000여명이 수색에 나서면서 국제적인 관심을 모았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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