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공습에 韓영화 쩔쩔… 미투 파문까지 [2018 상반기 영화계 결산]




상반기 극장가는 그야말로 외화 판이었다. 마블 시리즈를 위시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줄지어 박스오피스를 점령했다. 한국영화들은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지만 흥행 타율이 높지 않았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촉발된 성폭력 이슈는 영화계의 시름을 깊게 했다.

마블 스튜디오가 선보인 야심작 두 편이 연타석 흥행포를 쏘아 올렸다. 흑인 히어로를 앞세워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블랙 팬서’는 2월 국내 개봉해 누적 관객 540만명을 모았다. 마블 히어로들이 총출동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비수기인 4월에 개봉하고도 관객 1120만명을 동원하며 마블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휩쓸고 간 자리는 5월 ‘데드풀2’가 채웠다. 전편에 이어 잔망스러운 유머와 액션으로 중무장한 영화는 19세 관람불가 등급이 무색하게 관객 378만명을 들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1993년부터 이어져 온 쥬라기 시리즈의 신작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6월 극장가를 장악하며 558만명을 동원했다.

국내 기대작들도 쏟아졌다. 하지만 외화의 틈바구니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해 말 개봉해 올 초 1000만 낭보를 전한 ‘신과함께-죄와 벌’ 이후 한동안 눈에 띄는 화제작이 나오지 않았다. 지난달 말 500만 관객을 돌파한 ‘독전’이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이다.

‘부산행’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이자 류승룡 심은경 등 탄탄한 배우들이 합류한 ‘염력’(누적 관객 수 99만명), 이승기의 스크린 복귀작 ‘궁합’(134만명), 강동원이 주연한 ‘골든슬럼버’(138만명), 류승룡 장동건이 스크린으로 옮긴 베스트셀러 ‘7년의 밤’(52만명) 등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인 신작 ‘버닝’은 한국영화 가운데 유일하게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라 이목을 끌었다. 본상 수상은 실패했으나 국제비평가연맹상을 차지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국내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하며 아쉬운 성적(52만명)을 받아들여야 했다.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작품들의 성공은 한국영화의 전망을 밝혔다. 이병헌 박정민이 형제로 만난 휴먼드라마 ‘그것만이 내 세상’(341만명), 소지섭 손예진의 멜로물 ‘지금 만나러 갑니다’(260만명), 김태리가 주연한 ‘리틀 포레스트’(150만명) 등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특히 ‘곤지암’(267만명)의 폭발적인 흥행은 한국 공포물의 부활을 알렸다.

지난해 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故) 김주혁의 유작 두 편이 관객을 만났다.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에선 고난에 처한 백성들을 돌보는 선한 양반 조혁 역으로, ‘독전’에선 거물 마약상 하림 역으로 각각 등장했다. 특히 ‘독전’에서의 압도적인 존재감은 그가 얼마나 훌륭한 배우였는지를 다시금 상기시켰다.

작품 외적인 악재도 있었다. 미투 운동이 몰고 온 파장이 거셌다. 국내 영화계 거장 김기덕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로 꼽히는 배우 조재현이 여배우들을 대상으로 상습적인 성추행 및 성폭행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줄지어 나왔다. 두 사람은 혐의를 일부 부인하고 있으나 현업에서는 사실상 손을 뗀 상태다.

배우 오달수와 최일화도 미투 가해자로 지목돼 활동을 중단했다. 두 사람이 출연한 ‘신과함께-인과 연’은 추가 제작비를 들여 재촬영을 진행한 끝에 다음 달 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오달수가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한 ‘컨트롤’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이웃사촌’은 개봉일을 잡지 못하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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