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은 교단 총회 용어 바꿔주세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증경총회장’(가운데 초록색 가운)들이 2016년 9월 경기도 안산제일교회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국민일보DB
 
1909년 9월 예수교장로회조선노회 세 번째 회의 때 ‘헌의’(붉은선 표시)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모습. 국민일보DB


9월이면 주요 장로교단들이 일제히 정기총회를 연다. 한 해 살림을 점검하고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정기총회는 교단의 모든 역량이 집중되는 중요한 행사다. 하지만 총회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에는 고어(古語)가 많다. 다음세대와의 소통을 위해선 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의 용어를 쉽게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건 세대 간 소통을 위해서다. 지금의 회의용어는 총회 대의원(총대)들만의 전유물이 됐다. 이질감을 주는 용어는 도처에 널려 있다. 우선 정기총회에서 다뤄 달라고 노회들이 상정한 회의안건인 ‘헌의’만 해도 조선시대 때 쓰던 단어다. ‘윗사람에게 아뢴다’는 뜻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가 노회 형태로 있던 1909년 ‘예수교장로회조선노회’ 3차 회의 때 처음 등장한 후 지금까지 원형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촬요’도 낯설다. 주로 노회가 회의를 마친 뒤 총회에 보고하는 자료를 촬요라고 하는데 ‘요점만 간추려 모았다’는 의미다. 사회에선 이미 사어(死語)가 됐다.

정기총회에 처음 참석한 신입 총대들이 낯설어하는 용어는 ‘흠석사찰’이다. 정기총회 개회와 동시에 총회 집행부가 직접 임명할 정도로 중요한 흠석사찰은 회의장 질서를 유지하는 요원을 말한다. 용어도 어색하지만 회의장 질서요원을 총회 집행부가 임명하는 것도 구식이다. 총회장을 지낸 목회자들에게만 사용하는 ‘증경’도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가 증경을 모두 ‘전(前)’으로 바꾸기로 결의했지만 여전히 총회장에겐 증경이 따라다닌다.

회의 진행법에도 구습은 남아있다. 대표적인 게 “가(可) 하시면 ‘예’ 하시오”다. 이 표현은 안건 토의를 마친 뒤 총대들의 의사를 확인할 때마다 총회장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과거 한국말이 서툰 선교사들이 회의를 진행할 때 실수를 줄이기 위해 물어보던 일종의 확인절차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교단별로 용어를 현대화하려는 작업이 없지는 않다. 예장통합 총회는 기독교용어연구위원회를 두고 용어 순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장고신 총회도 2015년 용어 개혁을 단행했다. ‘헌의’는 ‘상정’으로, ‘촬요’는 ‘요약’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이런 시도가 교단별로 진행되다 보니 확산엔 한계가 있다. 100년 넘게 사용하던 말인 만큼 대체하는 데 어려움도 따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도를 위해선 용어 순화를 미뤄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성석환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사회성이 없는 언어는 소통도 되지 않고 기록으로 남겨도 사실 의미가 없다”면서 “복음을 전해야 하는 교회의 언어가 어렵고 오래된 말이라면 복음이 시민사회 공론장으로 진입하는 데 엄청난 장애물이 된다”고 우려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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