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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코골이 심하면 심뇌혈관질환·인지기능장애 온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두경부·수면클리닉 주형로 원장이 수면 중 심한 코골이와 무호흡으로 고민하는 한 여성 환자의 콧속과 입안의 구조적 이상을 바로잡고 있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제공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수면클리닉 주형로 원장


“남편의 심한 코골이 때문에 미치겠어요.(ㅠㅠ) 결혼 전에도 남편이 코를 고는 거는 알았거든요. 근데 날이 갈수록 심해져 제가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요. 잠도 자다 깨다 해서 낮에는 정말 병든 닭처럼 졸기 일쑤예요.”

‘핑크노랑’이란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네티즌의 하소연이다. 밤마다 들려오는 귀에 익은 소음, 바로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고는 소리가 유발한 피해 사례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수면클리닉 주형로(53·사진) 원장은 2일 “심한 코골이를 단순히 생활소음 정도로 여겨 방치할 경우 자칫 위험한 상황을 자초할 수 있다”며 “서둘러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적절한 처방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주 원장은 코골이·수면무호흡과 편도·아데노이드 수술 외에도 두경부(頭頸部)종양까지 다루는 이른바 두경부·수면질환 전문가다. 두경부는 얼굴과 목 부위를 통칭하는 의학용어다.

주 원장은 1990년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고려대안암병원에서 인턴 및 이비인후과 전공의 수련을 받았다. 이후 고려대안암병원 임상강사를 거쳐 2000년부터 2010년 2월까지 한림의대 춘천성심병원과 강남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를 역임했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에서 환자를 보기 시작한 것은 2010년 3월부터다. 현재 두경부·수면클리닉을 책임지고 있다. 주 원장에게 본인은 물론 옆에 있는 사람조차 잠 못 들게 만들고 건강까지 해치는 코골이 퇴치법을 물어봤다.

기도 협착으로 발생

코골이는 수면 중 숨 쉴 때 기도가 비정상적으로 좁아질 때 발생하는 소리다. 우리가 숨을 쉴 때 콧구멍에서 폐로 이어지는 숨길 중 어느 한 곳이 좁아지면 공기 흐름이 빨라진다. 그 바람에 기도 점막이 딸려 나오며 떨리게 되는데, 이때 생기는 소리가 코골이다.

코골이가 있으면 수면무호흡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코골이가 심한 사람 10명 중 9명 이상이 수면 중 무호흡을 겪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은 기도가 막히는 정도로 나뉜다. 코골이가 기도의 불완전한 폐쇄라면, 수면무호흡은 기도가 완전히 막히면서 10초 이상 숨이 멎는 상태를 가리킨다. 둘 다 기도가 좁아져서 생기는 현상이지만 심각성에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주 원장은 “코골이가 심하면 호흡량이 부족하게 되고 산소공급 부족으로 저산소증과 수면불안을 초래할 뿐 아니라 자율신경계 이상에 의한 심뇌혈관질환과 인지기능장애를 겪기도 쉽다”고 지적했다.

70∼80%는 과체중과 비만 때문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의 원인은 70∼80%가 과체중과 비만이다. 살이 찌면 상부기도 점막 아래에 지방이 쌓이면서 기도 내강도 좁아지기 때문이다.

하부기도가 시작되는 성대와 콧구멍 사이 통로 중 한 군데가 좁아질(협착) 때도 마찬가지다. 이런 콧속 숨길 협착은 코 막힘을 유발하는 알레르기비염, 비중격 이상, 축농증 등에 의해 발생한다.

소아의 경우엔 코 뒤쪽에 있는 조직, 아데노이드의 비대가 원인일 수 있다. 목젖이 길게 늘어져 있을 때, 연구개(軟口蓋·입천장에서 비교적 연한 뒤쪽 부분)의 긴장도가 많이 저하돼 있을 때 숨과 함께 기도 점막도 떨리며 소리를 내게 된다.

편도가 문제를 일으킬 때도 있다. 주 원장은 “특히 과체중·비만이 있는 경우 편도의 비대와 함께 기도 점막에 지방이 침착되면서 좁아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얼굴과 턱의 구조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턱이 작거나 뒤로 밀린 경우 입 속에서 혀가 놀 수 있는 공간이 좁아져 혀가 뒤로 밀리며 기도를 가로막게 된다.

이 외에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근육의 긴장도 저하, 폐경기 이후 여성호르몬 분비 저하도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음주나 흡연이 기도 점막 부종과 근육 이완을 초래,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치명적 심혈관질환 합병 위험 높아

수면무호흡에 의한 저산소증의 폐해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부정맥 심부전 당뇨 뇌졸중 발기부전 등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주 원장은 “수면무호흡을 계속 방치하면 정상인보다 심근경색, 협심증 등 치명적인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가 9배 이상 높아질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합병증 발생위험이 높아서 치료가 필요하다고 보는 기준은 숨이 멎은 상태가 10초 이상 지속되는 수면무호흡이 1시간에 5차례 이상, 7시간 동안 30차례 이상 반복될 때다.

이때는 수면다원검사와 수면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 정확한 치료를 위한 원인규명이 필요해서다. 수면다원검사는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의 중증도를 평가하는데 필수적인 검사다. 실제 잠을 자면서 진행되는 검사로 뇌파, 안구 움직임, 호흡운동, 심전도, 산소포화도 등 수면 시 일어나는 신체 반응을 점검, 분석할 수 있다.

수면내시경검사는 수면 중 환자의 기도가 어떤 상태가 되는지 확인하는데 도움이 된다. 기도가 좁아지고 있다면 어느 곳을 바로잡아야 하는지 이 검사를 통해 특정할 수 있다.

정작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41%뿐

수술은 숨 쉴 때 공기 흐름을 가로막는 부위를 넓혀주거나 길을 올곧게 교정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만약 만성 코 막힘이나 편도비대증이 원인이라면 코 막힘을 유발하는 알레르기비염이나 비중격만곡증, 축농증 등을 개선해주고, 과도하게 커진 편도를 절제하는 수술로 치료한다.

그렇다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은 수술 외엔 해결책이 없는 것일까.

답부터 말하자면 절대 그렇지 않다. 주 원장은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이 있다고 무턱대고 수술부터 고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주 원장이 그동안 치료한 환자 4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봐도 정작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41% 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구조적 이상 외엔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수술로 뚜렷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때는 비(非)수술요법이 사용된다. 양압기나 구강 내 장치 등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양압기는 코와 입에 적절한 압력의 공기를 주입해 환자의 호흡을 원활하게 해주는 기구이고, 구강 내 장치는 누운 자세에서 아래턱이 뒤로 밀리지 못하게 막아주는 기구다.

주 원장은 “중등도 이상의 수면무호흡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는 양압기는 이달부터 건강보험 급여대상으로 등재돼 환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고 전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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