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의 음식이야기] 하몬 이베리코

하몬


라틴어로 스페인을 의미하는 히스파니아(Hispania)는 ‘토끼의 땅’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이베리아 반도에는 토끼의 주식인 도토리가 많다. 스페인에서 도토리는 흑돼지도 먹는다. 이 흑돼지를 ‘이베리코 데 베요타’라 부른다.

베요타(Bellota)가 도토리라는 스페인어이다. 냉장 보관이 불가능했던 고대 스페인 사람들은 무덥고 건조한 기후에서 음식이 상하지 않고 오래 보관하면서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다 고기를 소금에 절여 건조하는 방안을 찾아냈다.

돼지 뒷다리 넓적다리 부분을 통째로 2주 정도 소금에 절여 기온이 낮고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건조·숙성시켜 만든 게 하몬(Jamon·생햄)이다.

하몬은 돼지 종류와 기르는 방법, 숙성기간 등에 따라 등급이 달라진다.

보통 흰 돼지로 만든 하몬 세라노(Serrano)가 일반적이며 스페인에서 소비되는 하몬의 90% 이상이 하몬 세라노이다. 이베리코 흑돼지는 산악지대 떡갈나무가 많은 곳에서 방목해 키워 주로 도토리와 올리브를 먹고 자라 다른 지역 돼지에 비해 근육이 발달해 육질이 쫀득하고 맛있다. 와인 안주로 제격이며 얇게 썬 하몬은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숙성기간도 하몬 세라노의 경우 9∼15개월 정도 건조하는 데 비해 하몬 이베리코는 2년 이상을 한다. 최고급품인 순종 흑돼지로 만드는 ‘하몬 이베리코 데 베요타’는 도토리를 먹여 키우며 3년 이상 건조시킨다.

베요타 아래 등급은 혼혈종 흑돼지로 만든 ‘하몬 이베리코 데 레세보’로 도토리와 곡물을 같이 먹여 키우며, 그 아래 등급인 ‘하몬 이베리코 데 세보’는 곡물만 먹여서 키우는데 24개월 정도 숙성시킨다. 하몬 이베리코는 발굽을 보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발굽이 검은색이라 이를 ‘파타 네그라(pata negra·검은 발굽)’라 부르기도 한다.

스페인에서는 흑돼지 뒷다리로 하몬을 만들고 나머지로 보통 소시지를 만든다.

한국과 일본 수입상들이 이 고기를 수입하기 시작해 지금은 국내에서도 질 좋은 이베리코 흑돼지 고기를 쉽게 먹을 수 있다.

세종대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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