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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파이더맨’ 로베르 “남북관계 진전에 롯데타워 등반 2개월 전 계획”



“북·미 정상회담 성공하면 싱가포르서도 등반할 것
김정은 위원장 허락하면 평양 최고층 건물 오르고 싶어”
24년간 70개국 150곳 올라


프랑스의 암벽등반가 알랭 로베르(56·사진)씨는 최근 두 차례 열렸던 남북 정상회담 얘기부터 꺼냈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모습을 보고 두 달 전부터 롯데월드타워 등반을 계획했다.”

로베르씨는 8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국민일보와 만났다. ‘인간 스파이더’로 불리는 그는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밧줄 하나 없이 맨손으로 올랐다가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하루 뒤 풀려났다. 그는 “1994년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 70개국의 초고층빌딩 150곳을 올랐다”며 “그때마다 경찰에 붙잡힌 경우가 허다해서 체포는 익숙한 일”이라고 말했다.

범법자란 비판까지 감수하며 목숨을 걸고 롯데월드타워에 오른 이유를 묻자 그는 “서로 총부리를 겨누던 남과 북 사이에 모처럼 평화가 찾아와 이를 전 세계에 더 알리고 싶었다”며 “초고층빌딩 등반은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하는 일”이라고 답했다. 로베르씨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싱가포르에서도 등반할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로베르씨는 11살 때 등반을 시작했다. 집에 돌아와 보니 문이 잠겨 있었고, 열쇠가 없어 7층 베란다까지 벽을 타고 올랐다고 한다. 그는 당시 일을 떠올리며 “부모님께 크게 혼이 났지만 유쾌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세계적인 암벽등반가로 활약하면서 각국의 초고층건물도 차례로 정복했지만 82세가 된 노모와 가족들은 여전히 그를 걱정한다.

한국 나이로는 환갑이 몇 해 남지 않은 나이지만 등반을 그만둘 생각은 현재까지 없다. 그는 “등반은 나를 살게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81년과 82년 그는 두 번이나 절벽에서 떨어져 손목 골절과 신경 손상이란 큰 부상을 입었었다. 당시 의사는 “다시는 등반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는 “의사 말에 내 인생이 좌우될 수는 없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 더 열심히 오르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스파이더맨이란 별명을 얻게 됐다. 다음 목표를 물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만 허락하면 평양에서 가장 높은 빌딩에 올라보고 싶습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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