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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 꽃·맑은 연두 잎사귀… 비단 고을의 찬란한 봄빛

충남 금산군 군북면 산안리에 활짝 핀 연분홍 산벚꽃이 연둣빛 잎사귀와 어우러져 화려한 봄 풍광을 빚어내고 있다. 멀리 포장도로를 오르면 ‘보이네요 정자’와 가까운 넓은 공터가 나타난다. 왼쪽 아래 꽃대궐 속에 자리잡은 시골집이 정겨워 보인다.
 
화원마을에 핀 하얀 조팝나무 꽃이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농원마을 방우리 습지의 버드나무 신록이 수채화 같다.
 
적벽강에 비친 붉은 바위가 고요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충남 금산은 인삼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봄에는 봄꽃이 더 앞자리에 선다. ‘비단 금(錦)’ ‘뫼 산(山)’. 이름처럼 꽃 비단 같은 아름다운 산이,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신록을 고스란히 담아주는 ‘비단 강’(금강)이 봄 풍경의 절정을 풀어놓는다.

보곡산골은 지도에 없는 이름이다. 금산군 군북면의 보광리·상곡리·산안리 세 마을을 합해 만들어졌다. 충남의 최고봉인 서대산(904m)과 천태산(715m)이 휘둘러 폭 안고 있는 아늑한 땅에 자리잡은 곳이다. 국내 최대의 산벚나무 자생지 중 하나로 600만㎡의 산자락에 산꽃들이 피어난다. 평지보다 기온이 낮은 산골의 꽃들은 한걸음 늦다.

경남 진해의 벚꽃이 풍성하고 화려하다면 산골에 피어나는 산벚꽃은 수줍은 듯 소담스럽다. 4월 보곡산골에는 산벚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요란하지 않은 아늑한 풍경이다.

‘산꽃나라’로 걸어 들어가는 길은 산안(山安)2리인 자진뱅이 마을에서 시작된다. 옛날에는 천안 전씨들이 피난을 와서 처음 정착한 마을이라 자전리라 했는데 자잘한 논이 많아 자진뱅이라 부른단다.

‘보이네요 정자’ 이정표에서 임도가 시작된다. 이 길이 임도를 따라 산을 한 바퀴 돌아 산안2리 마을을 통과해 원점 회귀하는 3코스로 9㎞ 남짓한 자진뱅이 둘레길이다. 산안2리 마을에서 출발해 똑같은 코스를 역으로 돌아도 된다.

차를 타고 돌아볼 수도 있지만 짧은 곳은 걷는 게 좋다. 흙길에 모난 돌들이 걸음마다 아우성이다. 절정의 산벚이 꽃터널을 이룬다. 그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진 길이 느림의 힐링을 안겨준다.

‘보이네요 정자’에 닿으면 차를 주차할 수 있는 넓은 공터가 나온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자진뱅이 마을로, 오른쪽 고개를 넘으면 신안리(身安里) 화원마을로 이어진다. 정자에 오르면 자진뱅이골의 산꽃나라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바로 앞 임도로 다시 들어선다. 산벚이 그늘을 만드는 길 가장자리엔 벤치가 놓여 있다. 힘든 다리를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이어 계곡 옆에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봄처녀 정자’가 나온다. 정자에 앉아 산골 정취에 어우러지면 청량한 공기와 상큼한 꽃향기가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봄 향기를 맡으며 가다보면 길 아래 삼각형의 소나무 한 그루가 기품있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마을의 옛 이름을 간직한 자전리 소나무다. 300년 세월을 간직한 이 나무는 원래 암·수 두 그루였다. 현재 수나무는 고사하고 암나무만 남아 있다.

몽유도원으로 향하는 듯한 길 끝에 다시 자진뱅이 마을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보는 풍광은 한 폭의 그림이다. 멀리 ‘보이네요 정자’ 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솜사탕 같은 연분홍 꽃무리가 운무처럼 펼쳐진다. 그 속에 맑은 연두가 물감을 떨어뜨려놓은 듯 수놓아져 있다. 산벚꽃이 연두색 치마를 두른 미인처럼 곱다. 햇살을 붙들고 있던 손톱 만한 꽃잎들이 작은 바람에도 눈송이처럼 흩날린다. 그 꽃비 속으로 외딴집도 한 풍경을 더한다. 산벚꽃이 모두 떨어지고 없더라도 나날이 푸르름을 더하는 신록 속을 거니는 것만으로도마음은 충만해진다.

자진뱅이 마을에서 고개 넘어 만나는 제원면 신안리 화원마을에는 조팝나무 꽃이 한데 모여 물결치며 꽃사태를 이룬다. 회초리처럼 기다란 가지에 깨알같이 붙어 있는 하얀 꽃무리가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꽃동산(花園)’이란 이름이 전혀 무색하지 않다.

금강의 물길이 내놓은 풍경 가운데 금산군 부리면 방우리를 빼놓을 수 없다. 금강이 U자 형태로 굽이 돌아가며 물방울처럼 생긴 지형을 빚어낸 ‘육지의 외딴섬’이다.

본래 ‘방울’이었는데, 한자로 적으면서 ‘방우리’가 됐다고 한다. 마을은 상류 쪽 원 방우리와 하류 쪽 ‘농원 마을’이라 불리는 작은 방우리로 이뤄져 있다. 금산 땅이지만 전북 무주를 거쳐야 닿는다.

방우리 어귀에 이르면 10여m 높이로 우뚝 솟은 촛대바위가 마중한다. 농원 마을로 연결되는 길은 좁고 얄팍한 시멘트 임시도로다. 꼬불꼬불 위험해 차라도 마주치면 진땀을 뺀다.

대중교통도 제대로 없는 조그마한 마을은 금강 상류의 절경을 숨겨두었다. 화려한 절벽과 단아한 강물이 묘하게 어우러진 곳이다. 농원마을 길 끝에 ‘방우리 습지’가 있다. 강변 버드나무의 신록이 초록으로 채색한 수채화 같다. 생태적인 가치 또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서 물길을 따라 1㎞ 남짓 가면 적벽강이다. 방우리를 거친 금강 줄기는 무주를 굽이쳐 흐른 뒤 다시 금산 쪽으로 수통리 적벽강과 이어진다. 강과 산줄기가 가로막고 있어 물길로 5분 거리를 차로 50분가량 우회해야 한다. 걸어서는 산자락을 넘어야 닿을 수 있다.

방우리에서 적벽강으로 향하는 드라이브 코스가 탐스럽다. 금강 다리를 여러 차례 넘나드는 길이다. 통영대전고속도로와 나란히 달리는 37번 국도는 한갓지다.

적벽강은 산을 휘도는 강줄기가 육중한 암산으로 둘러싸여 붉은 빛을 띠는 곳이다. 높이 30여m 기암절벽 아래 고요한 수면이 평화롭다. 바위 절벽 너머는 옛날부터 약초꾼이 찾아들던 곳이다. ‘약초 고을’ 금산에서도 귀한 약초는 이곳에서 나왔다고 한다.

여행메모

보곡산골은 추부IC·방우리는 무주IC 이용
인삼어죽·도리뱅뱅이… 금산의 대표 먹거리


충남 금산의 보곡산골은 통영대전고속도로 추부나들목(IC)에서 빠지는 것이 빠르다. ‘보이네요 정자’를 찾아가면 쉽다. 옥천방향으로 이동하다 군북 방면으로 우회전한 뒤 601번 지방도를 따라 간다. 군북면사무소에서 좌회전한 뒤 보곡산골 초입에서 우회전하면 된다. 산꽃로를 타고 두두리를 지나면 보광리 초입이다. 산꽃나라 이정표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굽이치는 꽃길을 따라 접어들면 보곡산골의 중심마을인 산안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방우리는 전북 무주군 무주읍에서 앞섬마을로 간 뒤 내도교를 건너 ‘방우리 가는 길’이란 손글씨 팻말을 따라 왼쪽 제방도로를 이용하면 된다. 통영대전고속도로 무주나들목이 가깝다. 구불구불한 강변길을 따라 5㎞ 정도 달리면 방우리에 닿는다.

적벽강은 금산읍에서 37번 국도로 타고 부리면소재지까지 가서 601번 지방도로로 갈아탄 뒤 금강을 건너는 수통교와 적벽교를 건너가면 닿는다.

묵을 곳으로는 금산읍에 있는 금산한방스파&호텔휴(041-750-1001)가 좋은 편이다.

민물고기로 끓여내는 어죽과 튀긴 피라미에 고추장으로 양념하는 도리뱅뱅이가 금산의 대표적인 먹거리다. 특산품인 인삼을 넣은 ‘인삼어죽’도 빼놓을 수 없다. 제원면 원골식당(041-752-2638)이 어죽으로 유명하다.

금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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