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조화’ 윤덕여호, 2회 연속 월드컵 간다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의 미드필더 이민아(왼쪽)가 17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의 암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리핀과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아시안컵 5-6위 결정전에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뉴시스


‘윤덕여 매직’이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에서도 통했다. 한국 여자 축구는 5-6위 결정전에서 완승하며 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냈다. 윤덕여 감독은 신구조화와 맞춤형 전술로 사상 첫 2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한국 대표팀은 17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의 암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리핀과의 대회 5-6위 결정전에서 5대 0으로 크게 이겨 아시아에서 마지막으로 프랑스월드컵 본선에 합류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른 것은 2003년과 2015년에 이어 세 번째다.

윤 감독은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에서 사상 첫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룬 뒤 세대교체에 나섰다. 그런데 아시안컵 최종 예선에서 강호 북한을 만났다. B조에서 1위를 차지해야 본선에 갈 수 있었기 때문에 윤 감독은 전략을 수정해 지소연(27·첼시), 조소현(30·아발드스네스), 전가을(30·화천), 이민아(27·고베) 등 베테랑들을 중용했다.

윤 감독은 북한을 제치고 조 1위로 본선에 오른 뒤 한채린(22·현대제철), 장창(22·고려대) 등 신예들을 발굴했다.

신구조화를 이룬 ‘윤덕여호’는 강했다. 이번 대회 4경기에서 조소현, 이민아가 각각 3골을 터뜨렸고 장슬기, 이금민, 임선주가 1골씩 넣었다. 주장 조소현은 미드필더와 수비수로 뛰며 경기를 지휘했다. 소속팀 첼시에서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경기를 뛰고 곧바로 합류한 지소연은 체력 문제로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상대 수비들을 몰고 다니며 동료 선수들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 줬다. 고참 선수들이 분전한 가운데 신예 공격수 한채린, 미드필더 장창 등은 교체멤버로 나서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윤 감독의 작전도 적중했다. 그는 강팀과는 지지 않는 경기를 하고, 약한 상대와는 다득점 승리를 노렸다. 이 작전으로 강호 호주, 일본과의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각각 0대 0으로 비긴 뒤 베트남과의 3차전에서 4대 0 대승을 거뒀다. 이어 필리핀과의 5-6위 결정전에서도 무실점으로 5골을 뽑아냈다.

윤 감독은 “가장 어린 선수부터 경험 많은 베테랑까지 한마음이 돼 좋은 경기를 했다”며 “강팀과 맞서 물러서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과 부족한 점을 확인하고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대표팀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한양여대의 기은경 감독은 “윤 감독이 체력과 공격력이 좋은 호주와의 경기에서 노련한 미드필더 조소현을 수비수로 세우는 등 상대 전력에 맞춰 작전을 잘 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월드컵 본선에서 16강 이상의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A매치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며 “해외 전지훈련을 통해 외국 선수들과 경기를 많이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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