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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들의 부치지 못한 육필편지 ‘그리운 너에게’



2014년 4월 16일. 그날 이후 4년이 흘렀다. 이 시간이 그저 멈춰 있는 것처럼,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세월을 보낸 이들이 있다. 잦아들지 않는 그리움을 매 순간 마음에 품고 사는 세월호 유가족들이다.

유가족들은 진실을 알고 싶고, 알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오랫동안 투쟁해왔다. 4년 동안 마음껏 슬퍼하지도 못했던 그들이 이제야 슬픔과 눈물, 용기와 희망을 담은 이야기를 쓰게 됐다. 그리움 가득한 110편의 육필 편지를 모은 ‘그리운 너에게’(후마니타스)는 세월호 유가족이 직접 기획하고 쓴 첫 번째 책이다. “아이들이 읽을 수도 볼 수도 없는데 편지를 쓸 용기가 나지 않았다”(전찬호군의 아빠)지만 어렵사리 유가족들이 용기를 냈다.

“1998년 1월 5일, 푹푹 빠질 정도로 눈이 많이 오던 날. 우렁찬 소리를 내며 세상에 나왔고, 너를 처음 안아 본 엄마는 감격 그 자체였다.”(이다혜양 엄마) “1997년 11월 20일 11시 47분, 열다섯 시간의 진통 끝에 엄마 곁으로 찾아온 천사 같은 내 새끼. 넌 온 집안의 축복 속에 태어난 보석 같은 아들이었어.”(박준민군 엄마)

아이를 처음 안았던 그날을 떠올리는 엄마들의 편지가 적잖다. 그날의 기쁨과 감격에서 시작하는 엄마들의 편지에는 작은 추억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마음이 묻어난다.

“주인이 없는 방. 창 너머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렸구나.…이 방의 주인은 엄마, 아빠의 마음속에서만 환하게 웃고 있구나.”(안형준군 아빠) “다영아, 너의 책상에 앉아 있다. 책상 위 달력은 2014년 4월에 그대로 놓여 있고, 책장에는 네가 열심히 살면서 꿈꾸면서 살았던 흔적들이 가득하구나.”(김다영양 아빠) 아이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빈방에서 편지를 쓰는 아빠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 마음이 어떨지 절절하게 와 닿는다.

김익한 명지대 교수의 추천 글이 다른 독자들의 마음과도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온전히 하나 되지 못하는 우리 모두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참으로 큰 도움을 주리라 생각한다. 책을 내기 위한 유가족들의 애씀이 안쓰럽게 느껴지기조차 하지만, 하늘에 있는 아이들이 부모님들을 자랑스러워할 생각을 하니 위로가 된다.” 육필 편지는 416letter.com에서 볼 수 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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