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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 “낯설고 새로운 얼굴, 내가 다시 멋있어 보여” [인터뷰]

28일 개봉한 영화 ‘7년의 밤’에서 첫 악역을 소화한 배우 장동건. 미남의 대명사로 통하는 그는 “사실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은 아니다. 솔직히 그리 자랑스럽지도 않다. 나의 노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외모 얘기가 나오면 쑥스럽고 할 말이 별로 없다”고 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7년의 밤’에서 장동건이 연기한 오영제.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한동안 연기 매너리즘에 빠져
이번 작품으로 자신감 회복
딸 복수에 나선 잔인한 아빠
드라마 ‘슈츠’선 변호사 변신


“저 스스로가 낯설게 보이더라고요. ‘새로움’을 발견한 거죠. 그런 신선함이 연기할 때 큰 동력이 됐어요. 좀 더 즐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다시, 제가 멋있어 보이기 시작했어요.”

자신을 옥죄고 있던 틀을 벗어던진 듯한 표정. 배우 장동건(46)이 영화 ‘7년의 밤’을 통해 얻은 성취는 그런 것이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보통 작품을 끝내고 나면 아쉬움이 남기 마련인데 이번엔 그저 후련했다. 여한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말했다.

언제부턴가 남모를 매너리즘에 시달려 왔다는 그다. “한동안 연기가 재미없었어요. (흥행) 결과가 좋지 않아 연기에 영향을 미친 건지, 혹은 그 반대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자기복제를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내가 어떤 새로운 걸 더 할 수 있을까’ 싶었죠. 그러던 차에 ‘7년의 밤’을 만난 거예요.”

정유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장동건은 출간 당시 원작을 읽고 곧바로 매료됐다. “책을 단숨에 읽었어요. 마지막 장을 덮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는 거였죠. 나중에 정말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영화에서 장동건은 이제껏 본 적 없는 파격을 선보였다. 딸(이레)을 죽인 범인(류승룡)을 향한 광기어린 복수심에 사로잡힌 아버지 오영제를 연기했다. 상대를 가리지 않는 무자비한 폭력성을 지닌 인물. 데뷔 26년 만에 이토록 극악무도한 악역은 처음이다. 분노 서린 눈빛과 싸늘한 표정이 우리가 알던 그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장동건은 원작의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외양 설정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M자 탈모 헤어라인. “사실 배우가 연기를 위해 머리를 미는 게 그리 큰일은 아니에요.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져서 다행입니다.”

촬영은 녹록지 않았다. 격한 액션신을 찍다 한쪽 귀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무려 40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받았고, 이후 귀 모양까지 달라졌다. 장동건은 “의사 선생님이 신경 써서 촘촘하게 꿰매주신 것 같다. 큰 부상은 아니다. 훈장 같은 것”이라고 웃었다.

육체적 고단함보다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컸다. 극 상황에 몰입하기 위해 10개월간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있어야 했다. 실제로 9세 아들, 5세 딸을 둔 그로서는 폭력가장의 모습을 표현하는 게 고통스러웠다. “제일 큰 걱정은 장인·장모님이 보시는 거죠. 다행히 아이들은 나이 때문에 못 보겠네요(웃음).”

‘우는 남자’(2014) ‘브이아이피’(2017) ‘7년의 밤’ 그리고 차기작 ‘창궐’까지 최근 몇 년간 센 감정을 표출하는 역할을 연달아 소화해 왔다. 장동건은 “제안 오는 영화들이 대부분 그런 장르”라며 “현실적인 인물과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대신 안방극장에선 ‘익숙한’ 장동건을 만날 수 있다. 4월 방영을 앞둔 드라마 ‘슈츠’(KBS2)에서 젠틀한 변호사로 변신한다. 그는 “밝고 경쾌한 작품이어서 즐겁게 찍고 있다”고 기대를 부탁했다.

배우로서의 조바심 같은 건 없다. 매 작품 성실히 제 몫을 해나갈 뿐이다. “지금이 너무 좋아요. 스스로 많이 내려놓은 느낌이에요. 연기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편안해졌고, 여유가 많이 생겼어요. 지금의 제가, 전 되게 마음에 들어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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