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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평양 공연, 만남 자체로 뿌듯했죠”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악장 미셸 김이 24일 신촌성결교회에서 10년 전에 참가한 뉴욕 필의 평양공연을 회상하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다시 북한에서 공연할 수 있다면 ‘평민’을 대상으로 연주하고 싶어요. 평양 공연에서는 특권층 사람이 대부분이라 (문화예술계) ‘대사’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세계 3대 교향악단인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뉴욕 필)에서 17년간 부악장으로 활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미셸 김(한국명 김미경)은 10년 전 국민일보-MBC가 공동 주최한 뉴욕 필의 평양공연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김씨는 최근 대만에서 뉴욕 필 공연을 마치고 고국에서의 첫 순회공연차 지난 19일 내한했다. 2주간의 일정 동안 제주 충북 서울 수원 강릉 등지를 돌며 6차례 무대에 오른다. 그를 24일 오후 ‘뉴욕 필하모닉 앙상블·프리즘 앙상블과 함께하는 사랑콘서트’ 공연장에서 만났다. 서울 마포구 신촌성결교회에서 열린 이 공연에는 그와 함께 활동하는 뉴욕 필 한국계 단원들이 재능기부로 동참했다.

지적장애인과 다운증후군 연주자 단체인 ‘프리즘 앙상블’과의 공연은 그에게 특별하다. 프리즘 앙상블에 지적장애 피아니스트로 활약하는 조카 이들림(27)씨가 있어서다. 김씨는 “지난 20일 함께 연습했는데 프리즘 앙상블 연주자들이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좋은 공연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행복하게 연주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정말 감동했고 앞으로도 더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10년 만의 남북 화해 무드로 최근 남한 예술단이 북한에서 공연을 펼치는 것에 대해선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10년 전 평양에서의 공연은 같은 민족을 만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뿌듯하고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았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평양의 첫인상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평양 순안공항에 내렸을 때의 으스스했던 느낌을 잊지 못한다”며 “비행기 내부는 낡았고 공항 주변은 새빨간 글씨로 가득 차 있었다. 음대로 마스터클래스를 나갔을 땐 건물 내부가 밖보다 추워 놀랐다”고 말했다. 또 “음대 학생들의 악기상태가 대체로 열악했으며 학생들의 표정이 모두 경직돼 있던 점도 기억난다”고 술회했다.

그럼에도 평양공연이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건 공연 이후 열린 만찬장에서 만난 북한사람들 때문이다. 김씨는 “공연 끝나고 원탁에 북한 오케스트라단과 음식을 나누며 ‘어떤 음악을 듣느냐’ ‘해외엔 나가본 적 있느냐’는 등 질문을 하며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눴다”며 “이들이 술을 많이 마시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와 다를 게 없는 한민족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뉴욕 필 단원마다 북한 사람이 한 명씩 따라다녔는데 특히 한국계인 제 경우는 2명이나 붙을 정도로 감시가 심했다”며 “그럼에도 만찬장에서는 이들과 좋은 분위기에서 편하게 대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다시 공연할 수 있다면 평양의 고위층 대신 다른 지역의 민간인을 위해 연주하고 싶다”며 “특권층 이외 사람들에게도 음악을 들려줘 이들에게 (문화적)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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