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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도전에 울고 웃고… 패럴림픽, 명장면 10선





삶 자체가 도전인 선수들은 무수한 드라마를 연출했다. 대회 기간 크고 작은 장면들이 많은 이들을 웃게 하고, 또 울게 했다. 국민일보가 평창 동계패럴림픽의 명장면 10개를 추렸다. 평창·정선·강릉=이경원 기자

① 로프 하나면 돼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주장 한민수는 지난 9일 평창패럴림픽 개회식 당시 성화 점화 주자로 나서 전 세계에 감동을 선사했다. 그는 알파인스키 양재림으로부터 성화를 전달받고 달항아리 쪽으로 돌아섰다. 왼발이 의족인 그는 로프 하나에만 의지한 채 슬로프를 걸어 올라갔다. 숨죽인 관중은 그가 성화대에 다다르자 박수를 쏟아냈다.

② 정현아, 정현아!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15㎞ 경기가 펼쳐진 지난 11일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한국 대표팀의 이정민은 결승선을 통과하는 꼴찌 선수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북한의 김정현이었다. 메달 시상자들의 약식 세리머니조차 끝난 상황이었지만 북한 선수들은 중도에 포기하지 않았다. 북한이 처음으로 동계패럴림픽에 선수를 파견하면서 평창패럴림픽은 평화의 의미를 더했다.

③ 노병은 죽지 않는다

미국의 다니엘 크노슨(38)은 2009년 아프가니스탄에서 급조폭발물(IED) 공격을 받아 장애를 얻게 된 '네이비 실' 출신이다. 특수부대 출신답게 그는 정확한 사격 솜씨를 뽐내며 지난 10일 바이애슬론 남자 7.5㎞ 좌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정작 크노슨은 "전광판을 볼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④ 당신이 나의 금메달

스노보드 경기가 열린 정선 알파인경기장에서는 '닭살 커플'이 화제였다. 권주리씨는 직접 제작한 큰 금메달 그림을 목에 걸고 박항승을 응원했다. 권씨는 금메달 속 그림이 자기 자신이라며 박항승에게 "넌 이미 금메달을 가졌다"고 말했다. 박항승이 스노보드에 입문한 것도 권씨의 권유였다. 둘은 스키장에서 보드를 신고 결혼했다.

⑤ 넘어져야 여기까지 오는 거야

신의현의 딸 은겸양은 한 선수가 노르딕스키 주행 도중 넘어지는 모습에 안타까워했다. 이때 신의현의 아내 김희선씨는 "괜찮아, 너희 아버지는 훨씬 더 많이 넘어졌어"라며 딸을 다독였다. 김씨는 이어 "넘어져야 여기까지 오는 거야"라고 말했다. 이 장면을 보던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얼른 수첩을 꺼내 김씨의 말을 받아 적었다.

⑥ 형, 나 마음이 뜨거워

휠체어컬링 대표팀 '오벤저스'의 스킵(주장) 서순석은 컬링센터의 태극기 물결에 감동받았다. 정승원에게 "형님, 나 마음이 뜨거워"라는 말을 건넨 날도 있다. 17일 캐나다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석패한 뒤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기도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그땐 메달을 따겠다고…"라며 믹스트존을 떠났다.

⑦ "우리가 누구?" "챔피언!"

17일 이탈리아를 꺾고 동메달을 따낸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감동적이고도 찡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주장 한민수는 기념촬영 시간이 되자 선수들에게 "파이팅 대신 다른 구호를 하자"고 제안했다. 한민수가 "우리가 누구?"라고 선창하자 모든 선수가 "챔피언!"이라고 외쳤다. 기자회견장을 쩌렁쩌렁 울린 구호는 한동안 반복됐다.

⑧ 동해물과 백두산이 울었다

장애인 아이스하키 동메달이 결정된 순간 벤치의 선수·코치는 모두 빙판으로 뛰쳐나왔다. 서광석 감독은 굵은 눈물로 선수들과 부둥켜안았다. 태극기를 흔들던 선수들이 강릉 하키센터 경기장 가운데로 나와 둥근 원을 만들었다. 스틱으로 얼음을 두드리며 '대한민국'을 연호하다가 다 함께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따라 부르던 관중도 훌쩍였다.

⑨ 네 딸 키워낸 슈퍼 싱글맘

캐나다 휠체어컬링 대표팀의 '미소 천사' 마리 라이트는 장애를 가진 몸으로 남편도 없이 네 딸을 키운 '슈퍼우먼'이다. 강릉 컬링센터 관중석에는 이들 중 장녀 키라와 차녀 타라가 매번 앉아 있었다. 라이트는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어딘가에 여러분을 도울 뭔가가 있을 테니까요"라고 말했다.

⑩ 다치지만 마라… 사랑합니다

한국 스포츠 사상 첫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신의현은 어머니 이회갑씨를 향해 "마음고생이 많으셨다. 이제 효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고로 힘들어한 신의현을 묵묵히 키워 왔다. 대회 중에는 "메달 못 따도 상관없다. 다치지만 않으면 된다"고 당부했다. 신의현은 "어머니,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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