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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의 열정, 불꽃으로 남다… 패럴림픽 폐회식



중앙무대 대폭 줄여 축제의 장으로 경쟁하던 선수들 어깨동무 ‘셀카’
반다비 손짓따라 카운트다운 합창 韓 첫 금 신의현 태극기 들고 입장
청각장애 발레리나 춤사위에 탄성 장애인밴드·에일리 합동 공연 들썩
文 대통령 “비장애와 장애 구분이 가능·불가능 뜻하지 않음 알게 돼”


대관령 칼바람이 부는 가운데 비마저 조금씩 내렸지만 평창스타디움의 열기를 이기진 못했다. 관객의 환호와 함께 쏘아진 색색의 불꽃이 까만 평창 밤하늘을 가로질렀다. 선수와 관객의 열정이 하나 된 10일간의 패럴림픽, 평창에서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는 무너졌다.

18일 평창패럴림픽 폐회식이 열린 평창 올림픽스타디움 중앙 원형무대의 직경은 24m였다. 평창올림픽 때의 72m에 비하면 3분의 1 규모로 아담했다. 조직위원회는 잘라낸 공간으로 선수들의 휠체어를 끌어당겼다. 한데 뒤엉켜 축제에 흠뻑 취하려면 중앙 무대는 작을수록 좋았다. 경기장에서 경쟁하던 선수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셀카’를 찍었다.

국민적 사랑을 받은 마스코트 반다비가 뛰어나왔고, 관중은 반다비의 손짓에 따라 입을 모아 카운트다운을 했다. 막이 오르자 김창완밴드가 12현 기타로 아리랑을 연주했다. 흥겹던 아리랑은 인간문화재인 이춘희 명창이 풀어내는 고즈넉한 ‘본조 아리랑’으로 변했다.

이어 49개 참가국의 국기들이 장내로 들어왔다. 휠체어를 탄 기수들은 휠체어에 국기를 꽂았다. 마지막으로 입장한 태극기는 한국 최초의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신의현이 들었다. 지난 15일 선수단이 귀환한 북한의 인공기는 우리 측 자원봉사자가 들고 입장하는 모습이었다.

선수단이 자원봉사자들에게 꽃다발을 건넸고, 황연대 성취상 시상식이 이어졌다. ‘우리가 세상을 움직이게 한다’는 문화공연이 계속됐다. 청각장애 발레리나 고아라가 꽃을 형상화한 드레스를 입고 개화(開花)하듯 무대 중앙에 솟아오르자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졌다.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김예지의 연주가 감동을 더했다.

패럴림픽 찬가가 울리며 대회기가 게양대에서 내려왔다. 심재국 평창군수에게서 앤드류 파슨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에게 건네진 대회기는 천지닝 중국 베이징 시장에게 전달됐다. 4년 뒤 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을 개최하는 중국은 영상을 통해 비(飛)자를 형상화한 패럴림픽 엠블럼을 공개했다.

고요해진 무대 위에서 살풀이춤이 시작됐다. 흰 천을 감고 풀며, 또 엎고 제쳤다. 서정적이었다가 격정적이었다. 흰 천이 바닥에 떨어진 순간, 달항아리 속에서 열정으로 타오르던 성화가 조금씩 사위어갔다. 나는 움직인다(agitos), 평창패럴림픽의 대단원이었다.

모두가 아쉬워할 때, 시각장애인 밴드 ‘4번 출구’와 가수 에일리가 합동 공연을 시작했다. 화려한 조명이 쏟아지며 장내는 다시 들썩였다. 전광판에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手語) 통역 서비스가 계속됐다. 시각장애인들에게는 폐회식 장면을 해설하는 점자 리플렛, 리시버가 제공됐다.

폐회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간 평창의 얼음과 눈 위에서 타오른 선수들의 열정은 우리의 시선과 생각을 바꿔 놓았다”며 “비장애와 장애의 구분이 가능과 불가능을 뜻하지 않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파슨스 위원장은 “패럴림픽의 선수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평창=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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