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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지 말고 나와서 도전하라… 신의현이 던진 희망 메시지

태극기 흔드는 신의현
(평창=연합뉴스) = 17일 오후 강원도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7.5km 좌식 경기에서 한국 신의현이 금메달이 확정되자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실의에 빠졌지만 방송에 나온 패럴림피언들 활약 보며 마음 다잡고 사회 생활
2년 뒤 도쿄 하계패럴림픽엔 핸드사이클 선수로 출전권 노려”


“나도 장애인스포츠 선수를 보며 ‘저렇게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충분히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 스포츠 사상 첫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신의현은 18일 강원도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선수단 총괄 브리핑에 참석해 “내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그분들도 좋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그분들’은 아직 장애인체육에 도전하지 않고 있는 장애인들이다. 불의의 사고로 3년여간 실의에 빠졌던 신의현이지만, 방송에 나온 패럴림피언들의 활약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신의현은 전날 금메달 기자회견에서도 숨은 장애인들을 향해 용기를 북돋는 말을 건넸다. 그는 “일단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다”며 “나는 ‘팔자’려니 생각하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좋은 일만 생길 거라 생각하시고 빨리 사회에 나오면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르딕스키 입문 3년이 되지 않은 신의현의 금메달은 기적이라고 묘사됐다. 하지만 신의현에게는 정직한 연습과 노력의 대가였다. 카스파 위르츠 한국 노르딕스키 대표팀 감독은 “신의현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스키 위에서 보냈을지 헤아리기 어렵다”고 했다. 신의현은 “훈련을 한창 할 때면 하루에도 5시간씩 50∼60㎞를 타곤 했다”고 했다. 전 종목에서 완주하는 건 무리가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정작 신의현은 “누가 시킨 것이 아니라 내 의지였다”고 말한다.

신의현은 금메달을 딴 전날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7.5㎞ 좌식 경기에서 전에 없이 집중한 모습이었다. 카스파 감독은 “첫 바퀴를 돌았을 때 다른 나라 코치들이 ‘신의현이 왜 저러냐’고 했다. 내가 보니 눈이 튀어 나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허튼 동작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경기에 흠뻑 빠져든 신의현은 자신이 선두인 사실을 골인 순간까지 몰랐다. 그는 “‘5초 차이가 난다’고 해서 5초를 뒤지는 줄로 알았다. 5초를 따라잡으려 열심히 주행했다”고 말했다. 신의현은 “들어올 때에도 1위인 줄 몰랐고, 2위로 생각했다”며 “그런데 전광판을 보니 맨 위에 태극기가 있더라”고 덧붙였다.

신의현은 틈틈이 도운 농사일이 기초체력을 이뤘다고 유쾌하게 설명했다. 신의현은 “밤 농사를 짓는데, 한 포대에 40㎏이다”며 “많이 쌓을 때에는 몇백 포대씩을 쌓아 허리힘이 길러졌다”고 했다. 그는 또 “예전에는 칡즙 장사도 했는데, 서너시간이면 200∼300㎏씩 캤다”며 “괭이질, 삽질을 하면서 당기는 힘이 좋아진 것 같다”며 웃었다.

신의현은 2년 뒤 일본 도쿄 하계패럴림픽에 참가할 생각이다. 그는 “2년 동안 핸드사이클을 열심히 타서 패럴림픽 티켓부터 따 보겠다”고 말했다.

신의현은 “외국 선수들과 핸드사이클에서 맞붙어본 경험이 있는데 무려 8㎞를 뒤처져 자존심이 크게 상했었다. 그래서 도전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평창=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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