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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칸타타] “시리아 난민에게 ‘마하바 예수아’를”

소윤정 교수가 지난 13일 경기도 양평 ACTS 선교대학원 연구실에서 시리아 난민촌 봉사활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양평=신현가 인턴기자
 
소윤정 교수(오른쪽 두 번째)가 일행과 함께 지난 1월 레바논 베카의 난민촌 가정을 방문해 ‘예수’ 영화를 함께 본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소윤정 교수 제공


아세아연합신학대(ACTS) 선교대학원 소윤정(47) 교수는 이슬람선교 변증학자다. '선교학계 잔다르크'로도 불린다. 이슬람 국가들의 정책이나 정치적 이슈에 대해선 거침없이 직격탄을 날리는 반면 시리아 난민, 무슬림을 대할 땐 엄마처럼 따뜻하다. 지난 13일 경기도 양평의 학교 연구실에서 소 교수를 만났다.

소 교수는 지난 1월 14∼31일 ACTS 학생 봉사단원 12명과 함께 요르단과 레바논의 시리아 난민촌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2013년 요르단에서 시리아 난민사역을 위한 포럼을 주관했던 게 계기가 됐다. 2016년 여름 독일 쾰른의 난민촌을 시작으로 매년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이집트와 요르단 난민촌에 다녀왔다.

소 교수가 3년째 학생들을 데리고 시리아 난민촌에 봉사활동을 떠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슬람 전문가를 양성해 그들로 하여금 현지에 교회를 세우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이슬람포비아(이슬람 혐오증)와 막연한 두려움이 있어요. 학교에서 이론교육을 받았으면 이제 사랑을 실천해야죠. 대부분의 학생들이 현장을 체험하고 나면 두려움에서 벗어나 무슬림에 대한 구체적인 사랑이 생깁니다. 시리아 난민을 돌보면서 무슬림에게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최선의 선교방법을 찾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올해 봉사현장은 특별했다. 기적을 경험했다. 소 교수 일행은 요르단 암만의 난민촌에서 시리아 여성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돌봄사역을 진행했다. 정서적으로 안정이 필요한 이들에게 침을 놓아주고 옆에서 기도하며 불안해하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현장에서 만난 13세 소녀 사미아의 변화된 이야기를 들려줬다.

“사미아는 아버지의 잦은 구타로 야뇨증에 시달렸어요. 엄마도 심하게 학대를 받고 있었고요. 난민촌의 많은 아버지들이 그러하듯 사미아 아버지 역시 스트레스를 가정폭력으로 풀었던 겁니다. 사미아는 정신적으로 큰 혼란을 겪었죠.”

봉사활동엔 이집트에서 한의사로 사역하는 A선교사가 협력했다. 사미아에게 30분간 침을 놓아주는 동안 소 교수는 사미아의 손을 잡고 기도했다.

“그런데 아이가 갑자기 우는 겁니다. 침 맞는 게 아파서 그러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그간 쌓였던 감정이 누군가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으니 눈물로 다 쏟아진 거죠. 우리가 사미아에게 한 일은 아이의 눈을 바라보면서 기도해준 것밖에 없어요.”

이튿날 사미아 엄마가 깜짝 놀라 찾아왔다. 아이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혈색이 좋아졌고 웃기도 한다는 것이다. “사미아 엄마는 ‘아이에게 무슨 침을 놓은 것이냐’고 물었어요. 제 대답은 ‘마하바 예수아’(Mahabba Yesua·예수님의 사랑)였습니다.”

구제와 NGO(비정부기구) 사역만 가능한 요르단과 달리, 레바논은 직접선교가 가능했다. 하지만 소 교수는 이곳에 학생들을 데려가지 못했다. 대학원생 두 명과 함께 ‘정탐꾼’으로 시리아 난민이 사는 레바논 베카를 찾았다.

“레바논은 우리나라와 외교적 교류가 활발하지 않고 반(反)이스라엘 성향입니다. 외교부에서 황색경보를 발령한 곳이죠. 한마디로 여행자제 국가입니다. 학교에서도 학생들 데려가는 것을 반대했고요.”

그러나 소 교수가 지켜본 레바논은 선교의 황금어장이었다. 그는 “레바논은 난민시설을 국가가 합법적으로 허용하지 않아 교회를 통한 난민선교가 활발했다”고 말했다.

난민촌에서 이슬람국가(IS) 피해자들도 만났다. 교회는 ‘예수’ 영화를 틀어주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었다. 특히 난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선교가 활기를 띠고 있었다. 대안학교를 운영해 등교할 때부터 주기도문과 말씀을 암송하게 했다. 무슬림이었던 부모들은 선교사를 통해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믿기로 작정한 후 자녀들을 보냈다. 심지어 시설 부족으로 학교에 오고 싶어도 못 오는 아이들이 많았다.

“레바논에는 서양 선교사들도 있지만 한국 선교사 열두 가정이 복음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얼마든지 직접선교가 가능한데, 국가적 분위기로 인해 선교사 파송 수는 적고 단기선교팀도 들어갈 수 없어요. 추수할 곡식은 널렸는데 일꾼이 없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소 교수는 ACTS 선교대학원에서 아랍선교학을 가르친다. SIM선교회와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이슬람선교자문위원인 그는 ‘꾸란과 성령’ ‘무슬림의 아내들’ ‘기독교와 이슬람’ 등을 출간했다. 한국연구재단 등재 학술지에 18편의 학술논문을 게재한 소장파 연구학자다.

최근 SNS에 독일 뮌헨국제공항에 설치된 다종교 기도실 안내 사진을 올린 뒤 ‘한국은 이슬람 국가도 아닌데 정부가 앞장서 이슬람 기도처를 만든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미 할랄 육성사업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목소리를 낸 그였다.

“이슬람 정책이나 이슈는 철저히 경계하되 무슬림은 사랑하고 선교의 대상으로 섬겨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주변 환경이나 정책보다 하나님 나라의 관점으로 그들을 바라봐야 합니다.” 그가 이슬람 선교를 위해 냉정과 열정을 잃지 않는 이유이다.

양평=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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