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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이름으로… 두 다리 잃은 청년농부, 평창서 ‘우뚝’

한국 대표 신의현이 11일 강원도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남자 15㎞ 좌식경기에서 역주하고 있다. 신의현은 이 경기에서 동메달을 차지, 평창 패럴림픽 한국선수단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뉴시스
 
경기를 마친 신의현이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는 모습. 뉴시스


대학 졸업 앞두고 교통사고 당해… 어머니 지극 정성으로 역경 극복
“가족·국민 뜨거운 응원에 감사… 어제 흘린 것은 눈물 아니라 땀”


2006년 겨울. 한국 패럴림픽 노르딕스키 사상 첫 메달을 딴 신의현(38·창성건설)이 대학 졸업을 앞둔 시점이었다. 그는 평소 밝고 명랑한 성격으로 부모님의 농사일을 돕던 효심 가득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게 됐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은 심경은 신의현의 어머니 이회갑씨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씨는 수술 후 자신의 잃어버린 다리 부분을 보며 망연자실해하는 아들을 달래고 또 달랬다. 아들이 회복할 때까지 온갖 뒷바라지를 하며 헌신했다.

신의현이 11일 평창 동계패럴림픽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남자 스키 15㎞(좌식) 경기에서 동메달을 거머쥔 데에는 항상 그의 곁을 지켜줬던 어머니와 가족들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이씨와 아버지 만균씨, 아내 김희선씨와 아들·딸은 전날에 이어 신의현을 응원하러 경기장을 직접 찾았다. 신의현은 전날 바이애슬론 7.5㎞ 남자 좌식에서 5위를 한 뒤 어머니를 만나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울긴 왜 울어. 메달을 따든 못 따든 내게는 자랑스러운 아들이다.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해도 상관없다. 다치지만 않으면 된다”며 다독였다.

어머니의 존재는 신의현이 초인적인 힘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이날 크로스컨트리 경기에서는 모든 것을 쏟아내는 투혼을 발휘해 꿈에 그리던 메달을 품에 안았다. 동시에 역경과 한계를 이겨낸 한국 장애인스포츠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신의현은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2015년 노르딕스키를 시작할 때 이렇게 잘될 줄 몰랐다. 여러분도 도전해서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으시면 좋겠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가족과 국민의 뜨거운 응원에 감사드린다. 어제 흘린 것은 눈물이 아니라 땀이었다. 이제 안 울겠다”며 활짝 웃었다.

신의현의 가족은 경기 후 강원도 강릉 세인트존스호텔에서 열린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오찬 자리에 참석했다. 어머니 이씨가 아들의 경기를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날은 경기 후 신의현을 만나지 않고 그냥 왔다고 한다. 이씨는 “현장에서 보니까 TV로 보는 것보다 더욱 실감났다. 다치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며 지켜봤다”며 “아들이 너무 열심히 해줘서, 항상 가족과 함께 해줘서, 그리고 메달을 따줘서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전날 경기에서 5등, 오늘은 3등을 했다. 아들이 남은 경기에서 1등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신의현의 메달로 한국 선수단은 평창패럴림픽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종합 10위에 오르겠다는 목표에 한 발 다가섰다. 한국 선수단 배동현 단장은 “메달 색에 관계없이 너무 기분이 좋다. 신의현이 대단하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뿌듯했다. 한국 선수가 패럴림픽에서 노르딕스키 메달을 딴 것은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일이다”며 기뻐했다.

평창·강릉=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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