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하는 설교]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것



마가복음 10장 17∼22절

올림픽을 배경으로 한 영화 중에 ‘불의 전차’가 있어요. 영국 중거리 달리기 선수 두 명의 실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거예요. 에릭 리델이라는 신앙심 좋은 그리스도인 선수와 해럴드 에이브러햄스라는 유대인 선수가 나오죠. 영국에 금메달을 안겨줄 거라 기대하고 있는 선수들이며 서로 경쟁자예요. 그런데 확실히 이길 것 같은 리델의 경기일이 일요일로 결정된 거예요. 그는 고민 끝에 나가지 않기로 결심해요. 많은 사람이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이 있겠냐며 그의 믿음을 비웃었어요. 하지만 그는 꿋꿋이 믿음의 원칙을 지켰고, 여기에 대해 미련도 후회도 없었어요. 오히려 편했죠. 금메달을 목에 걸어서 자신을 드러내고 이름이 알려지는 게 그가 뛰는 이유가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그는 이렇게 말해요. “하나님이 나를 빠르게 만드셨어. 달릴 때마다 그분이 기뻐하시는 게 느껴져.” 대신 그는 다른 날 열리는 경기에 나가서 자기 주 종목이 아닌데도 새로운 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어요.

반면 그의 경쟁자인 에이브러햄스는 그토록 열심히 뛰는 이유가 다른 데 있었어요. 그는 아버지가 유대인이자 고리대금업자라는 사실 때문에 어려서부터 무시당하며 자라왔어요. 그가 누구보다도 열심히 뛰면서 금메달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이유는 바로 자기가 당해온 무시와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보상받기 위함이었던 거죠. 다시 말해서 승리를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였던 거예요. 그리스도인 선수 리델은 뛸 때도 쉬는 기분이었죠. 하지만 유대인 에이브러햄스는 쉴 때조차 힘들어했어요. 이유가 뭘까요. 눈에 보이는 일 아래에 또 다른 일이 있기 때문이었죠. 겉으로는 경기에서 달리는 일이 전부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자기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또 다른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우리 역시 쉬지 않고 달려요. 열심히 원하는 것을 얻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뛰죠. 그런데 그 근본에는 내 자신의 한 일, 나의 대단함을 보란 듯이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숨어 있지요. 그래서 겉으로는 일을 멈추고 휴식하지만 그 내면의 일은 결코 쉬지 못하는 거랍니다. 그래서 쉬어도 쉬지 못하는 삶, 즉 수고하고 피곤한 삶을 사는 것이에요. 안식한다는 것은 단순히 일을 중지하라는 것이 아니지요, 그 안의 일, 즉 자기 영광을 위해 달리는 일을 멈추라는 뜻이에요. 자신의 의를 증명해 보이려고 노력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는 결코 우리 안에 쉼은 없기 때문이에요.

마가복음 10장의 부자 청년도 결코 쉼이 없는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었어요. 어려서부터 자기 관리를 잘했고, 악착같이 달려서 보란 듯이 부모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성공한 젊은 사람이었어요. 율법에서 규정하는 모든 것을 다 지켜왔다고 예수님께 자신 있게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원하던 부와 명예, 성공을 얻었지만 그는 결코 만족함이 없었어요. 그래서 예수님을 찾았고, 예수님을 만났지만 그는 마음의 문을 열고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결국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걱정하며 떠났죠.

그래요. 우리의 쉼은 오직 예수님을 진정으로 모시는 마음으로만 가능해요. 우리의 모든 짐을 다 지어주신 예수님을 우리 삶의 주인으로 맞이할 때 비로소 우리는 참된 안식을 누릴 수 있는 거예요. 뭔가를 이루고 애써 우리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필요가 없는 거죠. 주께 인정받으면 되는 거예요. 예수님을 우리의 온전한 구주로 모시자고요. 사람에게 인정받으려 말고 예수님의 인정을 받아 진정한 쉼을 누리는 우리 모두가 되길 바라요.

강대일 목사(안양성결교회)

◇이 설교는 장애인을 위해 사회적 기업 ‘샤프에스이’ 소속 지적 장애인 4명이 필자의 원고를 쉽게 고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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