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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크레이그 반스 프린스턴신학교 총장 “신학교 위기, 언약공동체를 통한 성품교육으로 풀어야”

미국 프린스턴신학교의 크레이그 반스 총장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가진 인터뷰 중 프린스턴신학교의 교육 방침과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프린스턴신학대학교


미국 프린스턴신학교의 크레이그 반스 총장은 “이 시대 필요한 목회자는 성경의 진리를 잘 다루는 신학적 자질을 갖춤과 동시에 신앙의 가치를 잘 알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스 총장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교육 철학을 소개하며, 한국교회 및 신학교와 교류를 확대해 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반스 총장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계명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인터뷰에 앞서 연세대 연합신학원과 교류 협력을 강화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또 온누리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등에서 설교를 하고 다양한 교계 인사들과 만남을 가졌다.

-한국 신학교 및 교회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프린스턴신학교는 교수뿐 아니라 학생들도 학교 안에 머물면서 공동체생활을 하는 것과 더불어 세계를 바라보는 글로벌한 신학 교육을 강조해 왔다. 다른 나라를 통해 미국의 정형화된 예배와 백인 위주 시각을 지닌 미국의 목회자로 남지 않도록 자극 받게 된다. 이번이 2013년 총장으로 취임한 뒤 5번째 한국 방문이다. 한국교회와 예배를 지켜보면서 신앙에 대한 이해 폭이 넓어졌다. 세계 교회와 여러 나라 사람의 신앙고백을 들을 때 훨씬 더 풍성하게 예배드릴 수 있고 온 세상에 임재하는 하나님을 이해할 수 있었다. 미국은 20세기 초반 선교사를 해외에 파송하고 다른 나라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나라였지만, 이제는 세계의 기독교, 교회로부터 새롭게 배우는 나라가 됐다.”

-연세대와 체결한 MOU는 어떤 내용인가.

“연세대 연신원의 외국인학생 프로그램 ‘GIT(Global Institute of Theology)’에 프린스턴 교수를 파견해 강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 또 연세대와 프린스턴에 석·박사 연계프로그램인 ‘이중 학위 과정(Dual degree program)’을 신설, 한국 학생뿐 아니라 중국 학생들도 신학적으로 훈련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과거에는 ‘복음’ 자체를 전하는 게 선교의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학교 등의 기관을 통해 해당 지역과 사회를 돕는 것이 총체적인 선교이고, 복음의 본질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한국의 신학교들이 재정난, 학생 수 급감 등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장로교나 감리교 등 주류 교회뿐 아니라 복음주의 계열의 풀러신학교까지 모두 비슷한 상황에 있다. 극복하는 방법은 우리가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공동체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온라인 과정이 활성화된 상태에서 학생들이 캠퍼스에 거주하는 형태로 학교를 운영하는 건 비용도 많이 들고 비효율적이다. 그럼에도 이를 고집하는 건 공동체생활을 통해 얻을 게 많기 때문이다. 학교에 와서 수업 듣고 좋은 성적을 얻어 학위를 받아가는 ‘계약 관계’가 아니라 ‘언약 공동체(Covenant Community)’로 헌신하고 서로를 돌보는 경험을 통해 리더를 만들어가는 것이 더 소중하다.

특히 우리 학교 학생의 40%는 백인이 아니다. 미국에서 목회를 하려면 다른 인종,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문화적 수용성’이 필요한데 학교에서 공동체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이렇게 ‘배우는 공동체’에서 성품을 함께 키워나가는 것이 우리 학교에 주어진 나름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프린스턴에선 어떤 목회자를 키워내려 하는가.

“신앙의 가치도 알아야 하지만 동시에 실천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목회자과정 3년간 ‘하나님에 대해서만 배운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경건한 삶을 살아갈 준비가 된 사람을 키우고자 한다. 학생들이 예수의 사랑을 품고 그것을 실천하는 목회자가 되길 바란다.”

-한국에서는 최근 목회자들의 성적 타락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목회자 윤리가 강조된다.

“그런 식의 문제는 교회에서나 사회에서나 별반 다르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교회는 용서받은 죄인뿐 아니라 회개하고 용서받아야 할 사람이 많은 곳이다. 목사들은 당연히 깨끗하고 정결한 삶을 추구해야 하지만 동시에 날마다 회개하는 삶, 하나님 앞에 용서받아야 할 사람으로 존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목사들이 겸손한 리더십, 종으로서 헌신한다는 생각을 가질 때 윤리적 타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복음주의의 결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은 환대를 강조하는 기독교 정신에 위배되는 것 아닌가.

“기독교는 다양한 입장이 있고, 이 질문의 답도 다양할 것이다. 내 관점에서 말하자면, 기독교는 덜 정치적이지만 더 사회변혁적인 신앙을 추구해야 한다. 역사를 통해 우리가 배운 건, 여러 형태의 기독교가 있었지만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이내 사라졌다는 것이다. 결국 인내하고 시대를 견뎌내며 살아남은 신앙은 예수님의 복음에 확신을 갖고 진실하게 살아내는 정직한 신앙이다. 예수님이 가르친 것처럼 사랑과 애통함을 갖고 빈곤층 문제와 인종 갈등 등 삶의 문제를 바라보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2014년 방한 당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찾았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오늘도 광화문 앞을 지나가면서 세월호 희생자들의 아픔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분들을 찾아가 위로하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 자체가 매우 감사하고, 목회자로서 당연히 감당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진정한 종교개혁은 어디서부터 시작돼야 할까.

“종교개혁은 500년 전 독일뿐 아니라 여러 나라, 많은 교회에서 끊임없이 이뤄져 왔다. 가톨릭 내부에서도 개혁은 있었다. 모습이나 방식은 달랐지만 공통점은 바로 성령의 역사라는 점이다. 성령의 역사가 모든 교회 안에서 이뤄졌던 소중한 순간인 것이다. ‘모든 개혁교회는 항상 개혁돼야 한다’는 장 칼뱅의 말은 우리가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우리 안에 개혁을 이루게 하신다는 ‘수동적인 표현’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500년 전에 개혁하셨던 것처럼, 지금도 성령이 하시는 일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은 우리가 역사의 과거, 뒤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앞을 바라보도록 노력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신학교가, 교회가, 바로 나 반스 총장이 어떻게 개혁돼야 할지 고민하며 나아가야 한다.”

미국 프린스턴신학교는… 진보적인 성향의 주류 신학교

한경직·김재준·곽선희 목사·장상 WCC 공동의장 등 배출


미국 프린스턴신학대학교는 세계적인 신학 명문이다. 1812년 미국장로교총회(PCUSA)가 아이비리그 명문인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신학 파트만 떼어내 설립한 학교다.

칼뱅주의로 대표되는 개혁주의 정통신학의 산실로 출발했다. 신학적 자유주의가 가미되면서 진보 성향의 신학교로 손꼽히게 됐다.

한국과의 인연이 깊다. 고(故) 한경직 목사를 비롯해 조선신학교(한신대 전신)를 창립한 김재준 목사, 초기 기독교의 이론적 토대를 닦은 송창근 목사 등 한국교회사에 획을 그은 목회자들이 이 학교에서 공부했다. 소망교회 곽선희 원로목사, 장상 세계교회협의회(WCC) 공동의장 등도 이 학교 출신이다. 그동안 한국교회와 교류가 뜸했으나 2013년 크레이그 반스 총장 취임 이후 다시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글=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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