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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혁, 가식없는 열정… “내 연기 만족 못하죠” [인터뷰]




“표현 잘 못하고, 말 툭툭 내뱉고…. 돌려서 좋게 얘기할 수도 있는데 그걸 못해요. 똑똑하지 않은 거죠. 가식 떨고 폼 잡고 그런 거랑 거리가 멀어요. 세상 살면서 어느 정도 포장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난 그걸 전혀 못하니…. 에휴.”

자신의 성격에 대해 설명하면서 배우 김주혁(45)은 푸념했다. 그런데 그의 분석은 놀랍도록 정확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 영화 홍보를 위해 마련된 인터뷰 자리였는데 김주혁은 언제나처럼 솔직담백했다. 여느 배우들처럼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그럴듯한 말로 꾸밀 줄 몰랐다. 본인 연기에 대해서는 더욱 가차 없는 평가를 내놨다.

“제 연기에 만족하느냐고요? 제가 몇 년 전부터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아져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만족하지 않습니다. 내가 실수한 부분을 너무 정확히 인지할 수 있었거든요. 오히려 고마운 거죠. ‘앞으로는 절대 저렇게 하면 안 되겠다’는 걸 알았으니까.”

김주혁은 오는 9일 개봉하는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 첫 악역에 도전했다. 올초 선보인 ‘공조’에서도 악인을 연기했으나 촬영은 이 작품이 먼저였다. 미국 추리소설 ‘이와 손톱’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피해자의 잘린 손가락만 증거로 남은 의문의 살인사건을 다뤘다. 극 중 김주혁은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경성 최고의 재력가 남도진 역을 맡았다.

남도진은 돈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냉혈한. 사건을 파헤치려는 운전수 최승만(고수)과 갈등을 빚으면서도 흔들림 없이 사리사욕 채우기에 몰두하는 인물이다. 로맨틱코미디를 주로 해온데다 예능 ‘1박2일’로 친근한 이미지까지 얻은 김주혁으로서는 꽤나 도전적인 캐릭터였다. 그는 이 작품을 택한 이유에 대해 “장르적인 변화를 꾀해야겠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라고 했다.

“새로운 장르를 경험했다는 것에 대한 만족도는 있어요. 하지만 내가 실수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기에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고 할 순 없을 것 같아요. 배우가 연기할 때 장르를 따라가면 안 되거든요. 근데 스릴러라는 장르에 빠져서 내가 스릴러를 하고 있더라고요. 배우는 그냥 연기를 해야 해요. 장르는 연출 등 다른 장치들로 만드는 거죠.”

동국대 연극영화과 출신인 김주혁은 1997년 영화 ‘도시비화’에 출연한 데 이어 98년 SBS 8기 공채탤런트에 합격하며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드라마 ‘카이스트’(SBS·1999) ‘프라하의 연인’(SBS·2005), 영화 ‘싱글즈’(2003) ‘광식이 동생 광태’(2005) ‘아내가 결혼했다’(2008) 등 로맨스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김주혁은 “과거엔 내게 들어오는 시나리오의 90% 이상이 로맨틱코미디였다”며 “제안을 해주시는 건 고맙지만 사실 내 스스로는 좀 지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지금은 악역 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가 들어온다”면서 “앞으로 할 작품들도 전부 장르가 달라서 더 기대가 된다”고 흡족해했다.

“앞으로 어떻게 연기를 해나가야 할지 어느 정도 방향성이 확립됐어요. 앞서 얘기했던 바로 그 지점이에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온전히 연기를 하겠다는 거죠. 내가 추구하는 게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확신은 점점 커지고 있어요.”

매사에 무던한 김주혁이 가장 힘든 순간은 “내 연기가 거지같을 때”라고 했다. “연기할 때는 늘 즐거워요. 이제 어떻게 해야 될지가 보이니까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아, 이렇게 말해놓고 못하면 안 되는데 큰일났네(웃음). 근데, 잘할게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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