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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안무가로 데뷔하는 스페인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세연




스페인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세연(38)이 한국에서 안무가로 데뷔한다. 6월 8∼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제7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죽음과 여인’을 선보인다. 그는 19∼20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조주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함께 축제 기획공연 초청안무가로 선정됐다. 무용수로서 무대에 서진 않지만 그가 한국 관객과 만나는 것은 지난 2013년 국립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 출연 이후 4년만이다. 30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의욕이 넘쳐났다.

“늘 좋은 무용 작품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어요. 솔직히 무용수가 아니라면 나는 안무가보다는 기획자나 프로듀서에 좀더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이번 작품은 오랫동안 구상한 것이라 관객들 앞에서 꼭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죽음과 여인’에 스페인 무용수 4명, 한국 무용수 11명이 출연하기 때문에 그는 두 나라를 오가며 연습을 진행중이다. 지난달 20일 내한한 그는 한국 무용수들과 1차 연습을 마친 뒤 8일 출국한다. 24일 돌아와 1주일 머문 뒤 6월 7일 스페인 무용수들 및 스태프들과 함께 다시 내한해 본공연 무대를 준비한다.

“사실 ‘죽음과 여인’은 발레리나 김주원 씨를 생각하며 만들었어요. 김주원씨가 여인 역을 맡을 예정이었지만 최근 다른 작품 연습중 부상당해서 출연하지 못하게 됐죠. 하지만 임혜경 엄재용 등 좋은 무용수들이 제몫 이상을 해주고 있어서 안무가로서 고마울 뿐이죠.”

그는 ‘2007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월드 발레리나 강수진과 친구들’에 참가해 직접 안무한 ‘베토벤 프리즈’를 선보인 적이 있다. 소품(2인무)인데다 당시 특별 이벤트였다는 점에서 그에게는 이번 작품이 본격적인 첫 안무다. 축제 측은 지난해 7월 무대 미니어처(축소모형)까지 들고 찾아와 작품을 피력한 그의 적극성과 준비성을 높이 평가해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죽음과 여인’은 죽음 자체에 천착하는 작품은 아니에요. 죽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시간이 좀더 의미를 가진다는 이야기를 춤으로 전하고 싶어요. 생상의 ‘죽음의 무도’, 윤심덕의 ‘사의 찬미’ 등 다채로운 음악이 사용될 예정입니다.”

그는 현재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무용수들 가운데 가장 다양한 발레단을 경험했다. 1998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한 그는 3년만에 수석무용수가 됐다. 하지만 해외로 눈을 돌려 2004년 미국 보스턴발레단으로 이적했다. 이후 스위스 취리히발레단과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을 거쳐 2012년 스페인 국립발레단에 안착했다. 스페인 국립발레단에서 그는 수석무용수 가운데 최고 무용수를 뜻하는 ‘프리메라 피규라(Primera Figura)'다. 현재 발레단 안에서 프리메라 피규라는 그를 포함해 2명 뿐이다.

“여러 발레단을 거치는 동안 좋은 안무가들을 많이 만났고, 클래식부터 컨템포러리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당연히 그런 과정이 안무에 도움이 됐는데요. 특히 하인츠 슈푀얼리(77) 전 취리히 발레단 예술감독님과의 모던발레 작업에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11년 그는 유니버설 발레단과 국립발레단의 간판인 발레리나 임혜경, 김지영과 함께 출연한 색다른 컨템포러리 발레 ‘플라잉 레슨’을 직접 기획·제작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유럽 안무가 피터 령, 설치미술 작가 조민상, 패션디자이너 이재환 등이 참여한 이 작품은 기존 발레와 다른 색다른 묘미를 줬다.

“당시 제가 작품 콘셉트를 정하고 여러 아티스트들을 불러모았죠.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제 생각과는 다르게 작품이 나왔어요. 그래서 이번에 제 생각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하기 위해 안무까지 하게 된 겁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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