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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 40대 가장이 된 ‘로코’ 오빠의 고민거리 [인터뷰]



“음…. 전보다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은 생겼어요. 좀 더 여유로워졌죠.”

연기 인생 16년 만에 처음 사극을 찍은 소감치고는 꽤 담담했다. 뭇 여성들이 배우 이선균(42)을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애써 꾸미지 않는 담백함. 지금의 그를 있게 해준 로맨스 장르에서도 그는 자신의 색깔을 잃는 법이 없었다.

용포를 입고 조선시대 왕으로 변신한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에서도 역시 이선균다운 모습이다. 억지스러움은 최대한 쳐내고 자연스러움을 입었다. 26일 개봉한 이 영화는 코믹 요소가 버무려진 퓨전사극. 극 중 총명한 두뇌를 지닌 임금 예종 역을 맡은 이선균은 기존 사극톤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그려냈다.

“마흔이 넘으니까 사극을 한 번도 안한 배우가 저밖에 없더라고요. 트렌디드라마를 많이 하다 보니 사극 시나리오가 안 들어왔어요. 장르적으로 확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진지한 정통사극보다 유연한 퓨전사극으로 시작해보고 싶었어요.”

때마침 들어온 ‘임금님의 사건수첩’ 제안이 더없이 반가웠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선균은 “캐릭터와 스토리가 너무 좋았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이런 시나리오를 제게 주신 문현성 감독님께 감사했다. 감독님께 ‘시켜만 주시면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었다”며 웃었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임금이 미스터리한 사건 해결을 위해 직접 발로 뛴다는 설정을 내세웠다. 도성 안에 퍼진 괴소문의 실체를 파헤치려 예종과 신입사관 이서(안재홍)가 함께 나선다. 작품을 이끄는 이선균과 안재홍의 호흡이 중요했다.

이선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과 1기, 안재홍이 건국대 연극영화과 2기 출신이다. 대학 때부터 연극 무대에서 굴렀던 공감대가 둘 사이를 더 돈독하게 했다. “재홍이는 안티가 없지 않나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어찌 아니 귀여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웃음).”

이선균은 이 작품 출연을 망설였던 안재홍의 부담감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응답하라 1988’(tvN·2015)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뒤 첫 대규모 상업영화 주연을 맡는 게 쉽지 않았을 거란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저도 ‘커피 프린스 1호점’(MBC·2007·이하 ‘커프’) 끝나고 그랬거든요.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이 컸죠.”

‘커프’ 이후 이선균은 ‘달콤한 나의 도시’(SBS·2008) ‘파스타’(MBC·2010) 등에 출연하며 로맨스 강자로 거듭났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위기감이 따라왔다. “로코 대본이 옛날보다 안 들어와요. 당연히 젊은 친구들에게 가겠죠. 그러다 보니 ‘나도 안 해본 장르를 경험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미래를 대비해야 하니까.”

지극히 현실적인 ‘40대 가장’의 이야기였다. 2009년 동료배우 전혜진과 결혼해 두 아들을 둔 이선균은 “옛날엔 연기하는 게 꿈이자 희망이었지만 이제는 일”이라며 “가정을 책임지는 모든 아빠들과 똑같은 고민을 한다”고 털어놨다. “운 좋게도 지금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사람 일이란 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잖아요. 늘 불안감이 있죠.”

가끔은 매너리즘에 빠진다. 앞날 걱정에 괴로울 때도 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가장들이 그렇듯, 이선균은 멈출 수 없다. “저는 현재에 충실한 편이에요. 그럼 자연히 앞으로 나가게 돼 있거든요. 거창한 계획은 없어요. 다만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네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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