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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세월호가 찾아낸 아름다운 마음들




“3년이 지났다. 어떻게 저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싶은 사람은 오래 잊히지 않았다. 다시 찾아가서 만났다. 희생 학생 유가족, 희생 교사 유가족, 일반인 생존자, 생존 학생, 민간 잠수사, 특조위 조사관, 사진작가, 동화작가, 시민활동가 등 다양했다. 내 문장으로 그들의 아름다움을 도드라지게 만들고 싶었다.”(‘작가의 말’ 중에서)

김탁환(49·사진) 작가는 세월호 참사 이후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를 기획해 진행해왔다. 또 소설을 쓰면서 세월호 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선 각양각색의 사람을 만났다. 새 소설집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돌베개)는 그렇게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쓴 중단편 8편을 묶은 것이다.

그에겐 ‘세월호 문학 개척자’라는 별칭을 붙여도 될 것 같다. 많은 작가들이 세월호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하기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지만 그에게는 이번이 세 번째 소설책이다. 조선시대 실제 기록으로 존재한 ‘조운선’ 참사를 통해 세월호 사건을 상기시키는 ‘목격자들’(2015), 민간인 잠수사 이야기를 다룬 ‘거짓말이다’(2016)를 이미 냈다.

김 작가는 지난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잠수사 인터뷰를 토대로 쓴 ‘거짓말이다’는 사실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문학성을 일부러 거세하려 애썼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문학적인 치유를 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전작 ‘거짓말이다’ 속에도 다양한 사람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우여곡절, 마음의 풍경을 끄집어내 별도의 단편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들을 만나며 사람이 이렇게까지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그게 소설을 쓰게 한 동인”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설집 제목은 김민기의 노래 ‘아름다운 사람’에서 빌려왔다.

소설 속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눈동자’는 세월호에서 많은 아이들을 구했지만, 결국 구할 수 없었던 한 아이의 눈동자가 기억나 괴로워하는 일반인 생존자가 주인공이다. ‘제주도에서 온 편지’는 이 사건으로 담임교사를 잃은 학생이 나온다. ‘돌아오지만 않는다면 여행은 멋진 것일까’는 공항 출입국관리소 직원의 이야기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법규를 위반해 망자의 여권에 출국 도장을 찍어준다.

작가에게 세월호 참사는 ‘심장을 바꿔 끼운다’고 표현할 만큼 소설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이전까지 시대물을 주로 써온 장르 작가 이미지가 강했지만 그는 이제 참사문학 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그 역시 고통스런 세월호 이야기를 쓰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는 “‘큰 아픔을 견디고 무거운 슬픔을 넘어서려면 대단한 기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소소한 기쁨을 상처 입은 자들 곁으로 가서 함께 나누라’는 고(故) 신영복 선생의 조언이 없었다면 소설을 쓰지 못했을 것”이라고 털어 놓았다. 그런 자전적 이야기는 단편 ‘소소한 기쁨’에 담겼다. 352쪽, 1만3000원.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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